체육 꿈나무 육성 ‘말로만’
‘메달지상주의’ 제주체육 패러다임 바꿔야
(2)‘역삼각형’ 구조 개선 시급
대회 참가자 지원금 ‘간식비’ 수준…메달 못 딸 땐 지원 중단
학부모에 금전 요청 되풀이…‘공부’ 강조에 운동부 위상 위축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충청남도 아산시 일원에서 개최된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한 제주도선수단은 90개 이상의 메달 획득을 목표로 했지만 87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제주도체육회는 목표(90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제95회 제주체전 이후 타 지역 우수 선수 영입을 지양하면서 지역 내 우수 선수 육성에 중점을 두는 직장운동경기부 개편과 지역 우수 꿈나무 선수 육성으로 정책 전환 시점이라는 것 등을 감안하면 5~6년 전 보다는 상승된 전력을 보여줬다고 자평한 바 있다.
당시 제주도선수단의 획득한 메달을 분석한 결과 직장운동부와 연고팀 등 일반부 선수들이 획득한 메달은 모두 65개로 전체 메달의 74.7%를 차지한다. 반면, 고등부 선수들이 획득한 메달은 17개에 불과 전체 19%에 머물렀다. 체육계 안팎에서 우려하고 있는 ‘역삼각형구조’의 제주체육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도내·외 체육계에선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상당한 성과(메달)를 얻고 있는 제주도직장운동경기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수 꿈나무 육성으로 정책 전환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고등부선수들의 부진에 위안을 삼고 있지만 고질적인 선수 불균형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도체육회는 전국규모대회(전국·소년체전 제외)에 참가하는 지역 선수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대회참가 1인당 3만원(초등)~5만원(중·고·대학부)을, 제주도교육청은 연 3회의 항공료(실비)와 체류비(1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간식비’ 수준의 지원금으론 전국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경험과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도체육회 지원금인 경우 참가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다음대회부턴 지원이 중단되고, 도교육청의 지원은 운동부 자체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종목이 많은 육상(트랙·필드·투척), 수영(경영·다이빙 등) 등 개인 종목 선수들은 연 3회 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대회가 가까워지면 각 경기단체장이나 학부모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부족한 훈련시설로 인해 비가내리는 등 궂은 날씨에는 일부 종목 선수들은 어두운 오일장을 찾아 훈련하는 웃지 못 할 풍경도 매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메달을 따는 선수(엘리트)’가 아닌 ‘공부하는 운동선수(스포츠클럽)’를 키우겠다는 교육당국의 기조가 이어지면서 학교 운동부 선수들의 위상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현 시점이 과도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문 체육인을 꿈꾸는 많은 선수들을 외면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말로만 외친다고 우수 꿈나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 것 운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학교운동부 선수들은 모두 1112명(초등 362명, 중등 398명, 고등 351명). 제주도교육청이 학교체육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약 39억원이지만, 학교 운동부에 투입되는 예산은 25억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