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정책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지구촌 스타트업 적극 지원 추세
제주도 미래핵심산업 육성 필요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잡지 포춘(Fotrune)이 ‘2003년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랭킹에 있던 기업 가운데 무려 712개가 10년 뒤인 2013년에 사라졌다’는 지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를 30~40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영학자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IT기반의 기업이 많아서 그런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가 아는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세일즈포스닷컴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수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거듭하며, 짧은 시간 내에 대기업군에 진입하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버·에어비앤비 등 소위 O2O(Online to Offline)로 대변되는 모바일 융복합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기존 대기업 위주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한 혁신은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한때 제조업의 붕괴로 나락으로 떨어졌던 미국경제의 부활을 앞당기고 있다.
그 결과 우수한 최상위권 MBA의 젊은 인재들의 1순위 직장은 골드만삭스 같은 인베스트먼트 뱅크나 맥킨지 같은 컨설팅펌에서 실리콘밸리의 무명 스타트업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서부의 조그만 도시 실리콘밸리는 일약 전 세계의 경제브레인과 성장엔진이 돼버렸다.
이제 스타트업 육성은 실업청년들을 위한 단순유행이 아니라, 각 국가별 미래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요즈마펀드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은 창업 이전 단계 스타트업에는 ‘트누파 프로그램’, 그 이후에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헤즈넥’ 등의 지원책을, 금융의 중심지 영국 런던은 성장초기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 ‘초기 기업투자법(SEIS)’을 도입해 초기 기업에 연간 투자금액 10만파운드 한도에서 소득세 50%를 감면해 주고 있다.
2010년에는 기술 기반의 창업기업 클러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런던에 테크시티까지 조성했다. 초기에는 100개 미만의 기업이 입주했지만 최근 입주 기업 수는 5000여개로 급증하며 영국전체의 하이테크산업을 이끌고 있다.
우리의 이웃 중국도 비슷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은 이제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알리바바·레노버·바이두·샤오미·텐센트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키워냈다. 사실 중관춘이 샤오미의 레이쥔과 알리바바의 잭 마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이 크다. 중국 정부는 대학 졸업 후 창업할 경우 사무실 임대료와 법인세 감면, 대출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기술 지원과 자문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국은 어떤가? 4차 산업혁명 주인공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렸다. 전국의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내년부터 당장 예산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며 내년 업무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은 예산 삭감 방침이 확정됐고 제주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많은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은 벌써부터 좌불안석,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창업과 관련된 영역에서 어떤 형태라도 범죄나 비리가 발생한다면 이는 사법적으로 일벌백계해야 할 일이다. 다만, 아직 어떠한 결과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탄생한 정부의 대표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미래대계인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를 없애는 것은 큰 우를 범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오히려, 제안하고 싶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제주를 제외한 전국 16개 센터가 예산을 삭감하거나 줄일 때 우리는 공격적으로 더 확장하자고 말이다. 결과는 자명해 보인다.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육지에서 제주도로 몰려들어 미래핵심산업인 4차 산업혁명의 초기시장을 장악한 S/W의 메카가 될 것이고 진정한 동북아의 실리콘비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