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비치 ‘시큰둥’ 여전한 화재 불감증
제주지역 ‘주택용 소방시설’ 대상가구 36.8%만 소화기 설치
6가구에 소화기 1대 없는 곳도…강제규정 없어 대처 어려움
“집에 소화기가 있어야 하나요?”
23일 오후 1시께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의 주인인 김모(61)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 집에는 현재 총 6세대가 살고 있지만, 화재 예방을 위한 소화기가 한 대도 없었다.
인근 대부분의 주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단독주택에 사는 강모(51·여)씨는 “아무래도 소화기가 있으면 좋지만, 지금까지 없어도 손해 본 게 없어서 그렇게까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주택용 소방시설’의 설치가 지지부진하다. 관련 법상 해당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강제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파트와 기숙사를 제외한 단독‧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12년 2월 이후에 지어진 주택들은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이전에 지어진 주택들의 경우 내년 2월까지 해당 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23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도내 설치 대상 가구 17만5266가구 중 6만4602가구(36.8%)만 설치돼 상당수의 주택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나가보면 집에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등의 주택용 소방시설 유무에 따라 피해 정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며 “하지만 시민들이 그 필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도”고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법률상 주택 내에 해당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 수단이 없어 소방 당국의 홍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제주 소방 관계자는 “법률 개정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해도 국민 감정상 과한 측면이 있다”며 “해당 시설이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 개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시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