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임님 연극이 끝났습니다”
대중과의 관계서 중요한 건 수요
TV 시청률도 마찬가지
인기 없으면 가차 없이 조기종영
대한민국 ‘길라임의 가면’이 문제
관객 거부하는 데 버티기
자칫 무대가 강제로 철거될 수도
대중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需要)다. 아무리 좋게 만든 제품도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반면 어설퍼 보이는 것도 마케팅을 통해서든 소비자들의 수요를 촉발하면 성공가도를 달린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방송에 대한 수요는 시청률이다. 뉴스로만 치면 요즘 대박은 JTBC요, 쪽박은 KBS 등 공중파다. JTBC는 2016년 가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을 선도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종편 뉴스 시청률이 공중파의 웬만한 드라마보다 높으니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다. 반면 공영방송인 KBS는 “너희들도 공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촛불시위’ 현장에서 쫓겨나는 형국이다. JTBC의 대박이 고맙기도 하지만 ‘아픈’ 이유다.
더욱 시청률에 매달리는 것은 드라마다. 시청률이 올라가 광고수입이 느는 것도 좋지만 타사와의 경쟁에서 앞서며 느끼는 보람도 클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연장방송을 한다. 반면 시청률이 저조하면 가차 없이 조기 종영이다. 어설픈 것은 보일 수 없다는 시청자에 대한 ‘양심’이다.
그런데 끝나야할 연극이 끝나지 않고 있다. 연극의 제목은 ‘길라임의 가면’이다. 무대는 청와대, ‘총감독’ 최순실에 주연 박근혜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팀’이 와해돼 버렸다. 총감독은 ‘검은 비리’가 드러나 구속됐다. 아무리 배우가 좋다고 달라붙어도 물리적으로 총감독 역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연 ‘길라임’이 아끼던 조연들도 더 이상 같이 연기를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가장 가까이 있던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은 각종 의혹에도 버티고 버티다 ‘사실상’ 무대에서 끌어내려졌다. 총감독 ‘축재’에 많은 역할을 할 다른 조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구속됐다.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검은 선’의 연기를 보이던 김종 전 문화부 차관도 검찰에 불려나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세다.
연극을 끝내야할 가장 확실한 이유는 관객들이 ‘사기극’임을 알고 완전히 등을 돌려버렸다는 사실이다. 길라임에 대한 수요(需要)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어찌보면 지난 3년10개월간 버텨온 게 용해 보인다. ‘길라임의 가면’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국민 51.6%만이 ‘주인공’으로 선택한 때문인 지 대한민국 13~18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 42%로 출발했다. 그리곤 2016년 11월11일 한국갤럽 조사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5%에 그쳤다. 전라도에선 지지율 0%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 본인 스스로도 총감독의 지시를 받아 ‘연기’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황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배우의 선택은 확실해진다. 무대를 내려오는 것이다.
나아가 적반하장이다. 대국민사과를 하며 검찰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했다가 서면조사로 해야 한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 ‘혐의’가 이미 확정된 자신은 수사를 받지 않으면서 다른 수사는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마저 보인다. 한마디로 ‘하야해야할 정도의 잘못은 없다’며 버티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참으로 나쁜 대통령이다. ‘길라임의 가면’의 절정인 ‘세월호와 사라진 7시간’만으로도 하야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본다. 대다수가 고등학생인 대한민국 국민 304명의 생명이 스러져간 비극 앞에서 “최후의 1명까지 구하겠다”고 공언하고선 ‘최초의 1명’도 구하지 못한 과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고 7시간이 지난 뒤 붓기 가득한 얼굴에 퉁퉁 부운 눈으로 ‘헛소리’를 한 것만으로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낙제점이다. 2016년4월16일 304명이 갇힌 채 배가 가라앉고 5시간이나 지난 오후 5시15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선 박 대통령이 하는 말이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였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배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거 같다”는 보고에 “갇혀 있어… 예예”하고 있었다.
확실히 전한다. “길라임님. 연극이 끝났습니다. 관객들도 없습니다. 자칫하다간 관객들에 의해 무대가 강제로 철거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