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출입구 '후끈'

정당, 당원 크게 늘어나 '즐거운 비명'

2005-08-20     고창일 기자

"요즘 같으면 정당 생활하는 맛이 납니다"
도내 모 제주도당 당직자의 즐거운 비명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높은 탓이다.
'무소속 우세'라는 다소 기형적인 정치 풍토가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도내 정가도 최근 정당정치라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해 간다는 해석도 뒤따르고 있다.
내년 6월말까지가 임기인 기초의원들은 거의 도의회 도전을 감안, 한나라당 및 열린 우리당 등 경쟁력 있는 정당 가입을 놓고 저울질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선거구제나 중선거구제에 관계없이 이들은 일단 현역 도의원과의 경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수성전을 벌여야 하는 도의원들도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 주민들을 소속 정당원으로 가입시키기 위해 더위를 느낄 새 없이 분주한 행보를 내딛고 있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에 이달 들어 책임당원으로 가입한 숫자는 기존 규모와 맞먹는 700~800명선.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은 새로 불어난 기간 당원수를 2000~300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 두 정당의 정당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선 투표권을 가지려면 경선일 6개월 이전에 정당원이라는 지위를 갖춰야 한다.
내년 3월말 전후를 경선일로 치면 이달 말이 최종 마감일인 셈이다.
민주 노동당의 선거인 자격 기한은 경선인 이전 3개월로 사실상 진성 당원이 대부분이라는 점과 맞물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반면 보다 많은 당원을 도의회에 진출시켜야 한다는 목표아래 중앙당과 협의를 통한 '전략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현역 기초의원들의 관심은 뜸 하지만 민주당도 '도의원 출마 희망자'들과 잦은 접촉을 가지고 있다.
최근 재기 기미가 엿보이는 민주당도 지방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당 공천을 원하는 인사들의 방문이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제주도당

현역 지역구 도의원 11명. 비례대표 2명을 보유,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특히 '낙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리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 출마설과 함께 기초의원들의 경선을 감안한 입당이 눈에 띠고 있다.
결국 일부 지역구는 경선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할것으로 짐작된다.
도의원 출마희망자의 입당은 자신만이 아니라 경선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구 유권자들의 동반 입당을 불러오게 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현역 도의원들 역시 이에 맞서 당원 배가 운동에 자발적으로 뛰어 들었다.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수가 벌써 지난달말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김영표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경선에서 투표 자격을 갖추려면 이달 말까지 책임당원이 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당원 가입수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열린 우리당

김승률 열린우리당 제주도당 총무국장은 "현역 기초의원들의 입당 등 눈에 보이는 움직임은 없지만 기간당원수가 이달 들어 2000명 이상 불었다"고 전제 한 후 "거의 경선 등을 감안한 입당러시로 판단된다"면서 "이달 말까지 내년 지방선거시 도의원 공천희망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이라는 직함과는 달리 현역 지역구 도의원 3명으로 야당인 한나라당에 열세인 열린 우리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집중할 태세다.
각 지역별로 당선 유력한 인사들의 영입을 고려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기간당원 배가 노력'을 더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역전을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민주 노동당

두 당을 둘러싼 움직임을 잘 알고 있다는 김효상 제주도당 위원장은 "두당과는 달리 민노당의 경선자격 기한은 3개월"이라고 소개 한 뒤 "당 특성상 거의 진성 당원체제로 운영되는 탓에 평소와 다른 분주함은 없다"며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약진을 노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민노당은 중선거구제 채택과 비례대표의원수 확대를 선거에 앞서 주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개 지역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가 현실적으로 민노당에 불리할 뿐 아니라 전체 득표율보다 못한 도의원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하는 까닭이다.
김위원장은 "중앙당과 협의를 거쳐 지방선거 대비방안을 곧 준비하겠다"면서 시민. 사회단체와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지만 가능성은 열어 두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왕식 사무처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제주도당의 재기 기점으로 삼겠다"면서 의욕을 나타냈다.
김 처장은 "기초의원들의 접촉은 거의 없지만 도의회 진출을 도모하는 인사들의 방문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진성 당원 체제인 만큼 당 공헌도가 후보자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첩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