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쓰레기 선포식’ 실질적 성과내야

2016-11-14     제주매일

시작은 창대했다. 제주시 쓰레기 줄이기 범시민 실천과제 선포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선포식은 지난 11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시민 1만5000여명을 앞에 두고 진행됐다. 이날 많은 시민이 모인 것은 선포식이 KBS 열린음악회와 병행해 열렸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쓰레기 50% 줄이기’ 시책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열린음악회를 유치했다. 그런데 이 축하공연이 논란이 됐다. 이날 선포식에는 열린음악회 6억5000만원을 비롯해 총 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일회성 행사에 7억원을 쓰는 것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음악회가 쓰레기 줄이기 시책과의 연관성이 적고, 비용까지 과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쨌든 선포식 외양은 성공적이었다. 제주에서 수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특정 시책을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제주시는 이번 선포식이 제주 지키기 시민공감 및 실천의지를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날 선포된 실천과제 내용은 ‘종량제 봉투에는 재활용품을 철저히 분리해 배출’, ‘박스의 포장용 테이프는 제거하고 배출’, ‘음식물쓰레기는 수분을 줄이고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장바구니 사용 생활화’, ‘요일제 배출 및 배출시간 준수’, ‘쓰레기 무단투기 않기’ 등이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내용을 갖고 선포식을 거창하게 치렀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도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 점을 참작하더라고 그렇다. 화려한 선포식이 ‘쓰레기 50% 줄이기’ 시책에 대한 시민 공감대 확산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제주시는 예산을 들인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단기 실적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시장 임기 이후에도 쓰레기 줄이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 하에 정책을 짜고 추진해야 한다. 거창한 선포식의 끝이 미약하지 않도록 제주시 공직자들은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