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주택 투기장 전락 우려가 ‘현실로’
도남주공 재건축 모델하우스 오픈 사흘 동안 1만2000명 방문
꿈에그린·강정 중흥 등 분양가에 웃돈…국토부 조치 ‘늦은감’
정부의 11.3 부동산 대책 발표로 투기 수요가 제주로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모습이다. 제주도내 1호 재건축 아파트인 ‘해모로 리치힐’(옛 도남주공연립주택) 모델하우스가 오픈하자, 사흘간 1만2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심상치 않은 열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해모로 리치힐’의 분양가는 3.3㎡(평) 당 1460만원이다. 총 426세대 가운데 239세대(56%)를 일반에 분양한다. 특별공급은 15일까지 모델하우스에서 접수를 받고, 일반 청약(1~2순위)은 오는 17~18일 분양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그런데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인 지난 11일 5227명, 주말인 12일 5837명, 휴일인 13일에는 6000여 명이 방문하며, 제주지역 주택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옮겨갔다.
‘해모로 리치힐’의 경우 역대 제주지역 아파트 최고 분양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가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해모로 리치힐’ 모델하우스 내부에는 ‘무제한 전매 가능’이라는 광고문구가 내걸렸다. ‘전매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빗발치자 내걸린 것으로, 11.3 대책에 따른 투기 수요가 제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11.3 대책은 주택시장 과열 지역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과 청약자격 강화가 골자다.
국토보는 이번 대책에서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지역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연장과 1순위 청약 및 재당첨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 25개구 전역과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하남시, 고양시, 남양주시, 화성시 중 동탄2지구 ▲부산시 해운대구, 연제구, 동래구, 남구, 수영구 ▲세종시 중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역 등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가장 뜨겁다 할 수 있는 제주는 제외되면서 투기 수요가 더욱 제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앞서 올해 5월 분양된 제주시 아라동 첨단과학기술단지내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의 일반분양 160세대 모집에 3만4841명이 지원해 평균 218대 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최초 분양후 1년간 전매가 금지됐던 서귀포시 강정지구내 중흥 S-클래스와 유승한내들퍼스트오션은 전매제한기간이 끝난 지난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9개월간 47%가 전매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5000만~8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는 결과적으로 아파트가격 상승을 불어오고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며 “11.3 부동산 대책은 가뜩이나 과열된 제주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제주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시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과열 소식이 전해진다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