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정비인가 파괴인가
도내 하천 정비사업이 생태계를 훼손하고 원지형을 변형시키는 ‘하천 파괴사업’으로 전락해서는 그 목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도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현재 정비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북제주군 애월읍 금성천과 제주시 도근천, 화북천, 그리고 남제주군 표선면 송천과 가시천 등 하천 5곳을 대상으로 최근 3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 결과 나타난 것.
이에 따르면 이들 하천 정비사업은 하천 안에 콘크리트를 이용해 벽을 쌓는가 하면, 바닥 암반을 굴삭기로 밀어 본래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게 만들어 배수구나 도로공사를 연상시키고 있다. 또 하천 폭을 넓히면서 하천 양안의 수세가 좋은 나무들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교량 하부 상판에 칠한 페인트가 하천으로 떨어져 내를 오염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도내 하천에는 다양한 동겱캣걋?서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하천 바닥이 갖가지 형태의 바위로 울퉁불퉁하게 형성돼 있어 비록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이지만 경관은 매우 빼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터다.
그런 하천을 단지 수해예방이라는 목적에 맞춰 정비하다 보니 물을 내보내는 데만 하천의 기능을 국한시켜버려 하천 생태계나 경관을 보전하는 일은 생각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태풍과 호우 등으로 인한 하천 범람과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하천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설계 단계에서 동·식물 서식지 보호나 하천 경관을 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성 검토는 이뤄졌어야 했다. 거창하게 환경영향평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결국 문제는 자연환경이야 파괴되든 말든 무조건 물만 잘 빠져나가게 만들면 된다는 블도저식 정비 공사에 있다. 그런데도 자연 친화적으로 하천정비를 하고 있다는 행정당국의 설명은 뻔뻔스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