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독자적 환경·문화 왜 안 가르치나
(하) 지역기반 학문체계 미흡
지질·기상·언어 등 ‘제주 정체성’ 관련 과정 없어
특성화고 재직자 특별전형 폐지와 수능 우수자 위주의 단순 선발제도에 이어 제주대학교에 제기되는 또 하나의 비판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학문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 했다는 점이다. <편집자주>
지난 4월 제주대학교(총장 허향진)는 세계기상기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제주에 국제적인 UN 기상·해양 교육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내용이다.
양해각서에 따라 제주대는 학교에 UN 기상·해양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발도상국의 정부 관료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문가 교육을 실시해나가게 된다.
당시 제주대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을 토대로 내년에는 영구설립을 추진하고 더 나아가 제주에 UN기상대학을 꼭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 여러 전문가들은 제주가 기상 및 기후 연구에 있어 유리한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다에 둘러싸여있고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면서 높은 산이 있어 기후변화에 의한 육지와 해양의 다양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북서태평양 전역을 24시간 감시하는 기상청 산하 국가태풍센터도 설립돼 있다.
그러나 제주대 학사과정에는 기상·기후 인력을 키워낼 학부과정이 없다.
없는 건 비단 기상·기후학과 만이 아니다. 지질학과도 없다.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될 만큼 특질적인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제주는 대륙붕 위에서 이뤄진 대륙지각내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섬으로 울릉도, 독도 등과도 근본적으로 다른 지질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제주만의 독자적인 지질 연구의 학문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아쉬워한다.
전문가들은 또“제주의 제일 상품이 물과 제주자연을 이용한 관광이고, 오늘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라산과 성산일출봉·만장굴·수월봉 등 제주의 지질 명소를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성은 더 커진다”며 “지질 인력을 학부과정에서부터 키워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독특한 제주의 문화를 제주인 삶의 시각에서 연구할 인류학과나, 유네스코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된 제주어를 연구·계승할 독립된 학과도 전무하다.
취재 중 만난 제주지역 교수들은 “지방거점국립대학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해당 지역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학문의 균형발전을 위해 기초·보호학문 분야를 육성하는 일”이라며 “정부 지원사업에 조건을 맞추기 위해 어설픈 융합학과를 개설하는 것보다 필요한 학문을 학부과정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 체계를 갖추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