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농업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2016-11-03     이경용

경직된 농정 때문 혼란·불만 가중
포전매매 서면계약서 정착 필요

제주특별자치도의 1차산업 비중은 14.9%로 전국 평균의 6.5배나 된다. 서귀포는 그 비중이 더욱 높아 27.1%에 달한다. 그만큼 1차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관련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감귤을 당도기준만 충족하면 크기에 상관없는 출하 정책이 발표된다면, 농가들의 재배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피복재배나 성목이식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이것은 한해 농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향후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불합리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의 추진으로 생업이 달려있는 농가의 혼란을 가중시켜 불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제기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서 느꼈던 공통된 아쉬움은 농정을 수립하고 시행함에 있어서 ‘농업인의 관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월동온주 감귤에다 노지감귤에 적용하는 크기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는 경직성으로 인해 농가의 울분을 샀다. 감귤조례 개정 당시 친환경감귤에는 크기 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놓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품질검사원 교육에서는 크기를 적용해야 한다고 해서 큰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면 농정이 신뢰를 잃게 된다. 한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이 어려워 차후 원활한 농정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을 행정은 명심해야 한다.

농업인의 권익보호에도 세밀하게 관심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농산물 포전매매(밭떼기거래) 관련 분쟁 발생 시 구두계약에 따른 농가 및 산지유통인 등의 피해 방지를 위해 과태료 부과 규정을 신설했다.

즉, 포전거래를 하는데 서면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농업인과 산지유통인 모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며,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대상이 모든 품목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지정 품목은 양배추와 양파뿐이다. 배추·무·마늘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추가된 품목은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하고 표준계약서 서식을 만들기 이전에 필자가 표준계약서를 직접 작성, 농가들에게 나눠준 적이 있었다. 관례적으로 중간상인과의 구두계약을 해 왔고 가격하락 등의 이유로 수확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 이듬해 영농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등 농가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었다. 특히 포전거래 문제로 인해 농업인이 자살까지 하게 된 가슴 아픈 사례를 겪으면서 농업인의 권익보호에 일조하자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2013년에 도입된 양배추와 양파에 대한 포전 매매시 서면계약 의무화도 사실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관례를 깨고 새로운 제도 도입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도 필요성을 공감하여 지난 10월 ‘감귤 포전거래 시 농산물 포전매매 표준계약서 활용 홍보 요청’ 공문발송 등 조치를 했으나,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농업인에게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의무화 할 수 있도록 강제 규정을 만들어야할 것이다.

포전매매 시 서면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감귤 등 제주 주요 작물을 포함시키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지정 확대를 요청하고, 특별법 제도개선 등을 통해서라도 제주지역에서 만큼은 표준계약서 사용의 근거를 마련,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농정은 농업인의 생계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 보다 세밀하게 농업인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물론 일관성 있는 정책의 추진으로 미래를 준비하면서 영농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