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 승마장 변경’ 최순실 개입정황 포착
오영훈 의원 ‘내륙개최 요구’ 정유라 진정서 공개
대한체육회 전날 밤 12시께 ‘급히’ 제주로 공문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가 지난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당시 승마경기 개최지 변경을 위해 대한체육회 등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이례적으로 승마경기 9일전 늦은 밤 제주도체육회에 개최지 변경에 따른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밝혀졌다.
3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29일부터 30일까지 제주대 승마경기장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제95회 전국체전 승마경기는 경기를 불과 8일 앞둔 10월21일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으로 변경됐다.이보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10월20일 오후 11시 5분 제주도체육회에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승마종목 경기장 변경 안내’ 공문을 일방적으로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공문을 통해 “제95회 전국체육대회 제주대 승마경기장은 경기운영상 안전 사유로 인해 개최가 불가해 인천광역시 드림파크 승마장으로 대회 장소를 변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는 예산 70억원을 들여 국제수준에 맞는 경기장을 건설했다. 하지만 경기장 실사를 나온 대한승마협회는 전국단위 규모 경기를 치르기에 제주대 승마경기장의 바닥 재질과 배수 문제, 마사 부족 등 시설 미흡과 경기용 마에 대한 운송료 지원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주도체육회는 지적된 사항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 예산 투입, 인천시체육회에 협조 등 사상 첫 승마 경기 제주도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대회가 임박해 장소가 갑작스럽게 변경된 이면에는 최순실·정유라(개명전 정유연)씨 모녀가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오영훈 의원실이 입수한 ‘전국체육대회 제주도 개최에 따른 진정서’에 따르면 최순실 모녀는 당시 전국체전을 앞두고 다른 선수 77명(제주도대표선수 포함)과 함께 그해 9월 20일 대한승마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진정서에는 “제주에서 승마경기를 하면 장시간 말을 옮겨야 하는 문제 등이 있어 내륙 개최가 필요하다”며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정서 제출 이후에도 제주도가 승마경기 개최 의지를 고수하자 이번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전 차관이 직접 개입하게 된다.
김 전 차관은 차관회의에서 만난 당시 정연만 환경부 차관에게 대회 장소와 관련, 대한승마협회의 불만을 전달하고 대회 장소를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관리하는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열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정연만 전 차관이 ‘한겨레’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밝혔다.
해당 승마장은 전국체전 직전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유라씨가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곳으로, 대학 특례입학을 준비하던 시점이어서 정씨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자신이 익숙한 인천 드림파크 승마장으로 경기장 변경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한체육회 전국대회 규정상 경기 개최 장소 변경을 위해서는 조직위가 대회 3개월 전까지 대한체육회에 장소 변경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