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불씨 살려 놨더니…"

제주대 지방거점大 책무 제대로 하고 있나
<상>고교 정상화 '남의 일'
올해부터 특성화고 졸업생 '재직자특별전형' 폐지

2016-11-02     문정임 기자

전국에는 10개의 지방거점국립대학교가 있다. 말 그대로 지방을 대표하는 국립대학교다. 이들에게는 대학교육의 질과 수준을 향상시키는 임무와 함께, 지역 교육의 광범위한 평등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주는 이유다. 반면  제주권 지방거점국립대인 제주대학교는 입시의 방향을 도외 또는 제주시내 인문계고 중심의 우수인재 선발에 초점 맞추면서, 제주지역 전반의 고른 인재 양성과 고교 정상화의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비판의 내용을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제주대학교(총장 허향진)가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자는 수시의 취지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입시부터는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재직자 특별전형’을 폐지하면서 일선 고등학교는 물론, 고교 진학을 지도하는 중학교 교무실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졸업 후 3년 이상 재직한 특성화고 졸업생에게 입학 우선권을 주는 수시 제도다. 제주대의 경우 2016학년도 입시까지 경영학과와 행정학과에 야간 과정을 열어, 상업계열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야간 공부를 통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대가 돌연, 올해 적용되는 2017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이 제도를 폐지했다. 대신 교육부가 추진하는 ‘평생교육단과대학’(이하 평단대학)를 도입하고 ▲건강뷰티향장학과 ▲관광융복합학과 ▲부동산관리학과 ▲실버케어복지학과를 신설했다.

평단대학이 고졸 취업자와 평생교육 희망자를 위한 과정인 만큼, 언뜻  ‘특성화고 재직자 특별전형’이 ‘평생교육단과대학’으로 이름만 바뀐 채 이어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평단대학에 개설된 학과에는 도내 특성화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 공업계열 학생들이 갈만한 학과가 없다.

이를 반영하듯 2017학년도 평단대학 수시모집에서 특성화고 졸업자들을 위한 ‘재직자 전형’에는 114명 모집에 11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전체 지원자 11명 중 8명이 ‘부동산관리학과’로 몰렸으나 해당 학과는 상업고에서 배우는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다는 게 진로진학교사들의 중론이다.

물론, 기존의 재직자 특별전형에 해당하는 과(경영, 행정 야간)를 ‘일반전형’으로 들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전형은 말 그대로 일반 지원자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선발 인원도 46명에서 11명으로 대폭 줄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실제 최근 마감된 2017학년도 수시에서 경영학과 야간은 4명 모집에 16명이 지원해 4: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문제는 제주대가 평단대학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우려를 낳았다.

앞서 교육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제주여상 양공원 진로진학교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구상하는데 중요 기준이 되는 대입 전형이 어느 날 사라졌다”며 “선취업 후진학을 계획해왔던 졸업생들은 갈 곳을 잃었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학교 현장의 어두운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