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키우고 꿈을 돋우는 곳”
우리 아이 ‘특성화고’ 보내도 될까요?
<4> ‘5번 미장’ 취업생 한국뷰티고 홍낙원군
시대가 변했다. 최근 통계에서 올 3분기 4년제 대졸이상 실업자가 31만 5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공고했던 학교 신화가 흔들리고, 일각에서는 고졸자를 위해 대입 전형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제주시 동지역 인문계고 선호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본 지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전공공부를 통해 남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청춘들과 그 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미용인으로 첫 출근 합니다.”
한국뷰티고등학교 토탈뷰티과에 재학 중인 홍낙원(19)군. 전체 입학생 가운데 남자는 단 11명. 5배가 넘는(57명) 여학생들과 3년 내내 경쟁해 온 홍군이 1일 도내 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헤어숍 ‘5번 미장’에 조기 취업하며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첫 출근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내신 80%였던 홍군이 목표와 꿈이 생기고 내신 40%까지 성적이 오르던 ‘미용’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홍군은 언젠가 제주를 ‘뷰티산업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뷰티고 재학 내내 남다른 노력을 이어왔는지도 모른다.
국가자격증인 헤어일반자격증, 피부자격증, 네일아트자격증, 메이크업자격증과 민간자격증인 두피자격증(2급) 취득은 물론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공부, 학교에서 지원하는 취업맞춤형 프로그램 등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손재주 좋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친척 가게에서 밤새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구상하며 남몰래 실습하는 등 노력을 쉬어본적이 없다고 그간의 노력을 자신 있게 말하기도 했다.
또한 국제자유도시 제주에서 ‘외국어는 필수’라는 마인드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박물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회화 공부를 해왔던 모습만 봐도 홍군의 열정을 알만하다.
이 같은 노력은 훗날 헤어 경영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플랜과 방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군은 수년 전부터 향후 10여년 계획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료 조사와 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여기에 동생 홍사덕(17)군까지 뷰티고에 진학하며 같은 길을 걷게 되자 시너지 효과가 일고 있다며 본인의 미래를 자신하기도 했다.
“교통의 요지인 제주도는 ‘한류뷰티’를 선도해 갈 최적지라고 봐요. 동생과 함께 남성 헤어에 있어 독보적인 남자 전문 헤어숍을 창업할 거예요.”
인터뷰 내내 홍군은 이러한 자신의 도전과 용기의 힘은 모두 부모님에게서부터 나왔다고 강조했다. “미용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남자가 미용을 배워서 뭐하냐 하는 핀잔의 말에 흔들렸던 적이 많아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저의 길을 끝까지 잡아주셔서 지금 이렇게 잘 된 것 같아요.”
이 같은 말에 홍군의 아버지 홍창길(54)씨는 아이의 목표를 찾아 줄 수 있었다는 것에 기쁠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홍군이 특성화고에서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아무리 특성화고가 최근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해도 남의 성공만을 보고 따라간다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며 “아이의 손재주, 재능 등을 살펴보고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가 진정으로 원할 때 보내야 할 것이고, 결정이 내려지면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줘야 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3년간 부모의 믿음이라는 울타리에서 성장해 온 홍군은 사회인으로 첫 출발을 시작하며 자신이 믿고 있는 ‘만 시간의 법칙’을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버텨내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꾸준히 해내는 거. 그럼 꿈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전 그 법칙을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