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엉망’ 행정 훈련단 유치만 ‘급급’
제주종합경기장 환경 비오면 열악 오일장서 훈련
전지훈련 최적지 인프라없이 말만 ‘부끄러운 민낯’
“더 빨리...” 지난 28일 오후 제주시민속오일시장 한편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육상부 코치의 외침이 적막한 시장 분위기를 깨우고 있었다.
전날 장사를 마친 몇몇 상인들이 못 다한 짐정리를 위해 간간히 눈에 띌 뿐 대부분의 점포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 제주지역에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졌고, 오일시장 내 대다수 점포 조명이 꺼진 상태여서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비가 내리면 오일시장을 찾는다는 도내 모 고등학교 육상부 코치 A씨는 제주의 열악한 훈련환경에 혀를 내두른다.
A씨는 “2년 전 제94회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 전지훈련의 최적지로 키우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 “종합경기장 2층에 마련된 훈련장은 곳곳이 뚫려 있어 비가 내리면 거의 사용할 수 없다. 그나마 오일장이라도 있으니 이렇게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훈련장이 없다는 상황 때문에 오일장으로 내몰린 선수들. 비에 젖어 미끄러운 바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점포를 정리하기 위해 수시로 드나드는 상인들의 차량들로 인해 훈련 내내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때문에 담당 코치는 선수들이 지날 때 마다 이들을 독려하고, 차량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며 교통정리(?)를 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치가 서있는 반대편에선 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사고에 무방비 상태다.
오일장 상인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한 상인은 “장사가 없는 날 오일장에서 훈련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주에 아직도 아이들이 훈련할 곳이 없다는 게 놀랍다”면서 “열악한 상황 속에 훈련하는 선수들이 안쓰럽긴 하지만, 시장 내 교차로에서 갑자기 뛰어나올 때는 차에 부딪힐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매년 ‘민관합동 전지훈련 유치단’을 구성, 전국을 돌며 ‘전지훈련단 최적지 제주’ 홍보 활동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올해 유치 목표는 지난해보다 1000명 많은 7만8000명이다.
체육계 관계자는 “전국체전 이후 시설투자가 진행되면서 이전 보다 여건이 좋아 졌지만, 오일장 훈련장은 ‘전진훈련 최적지 제주’의 및낮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지훈련단 유치도 중요하지만, 정작 제주가 이들을 맞은 준비가 돼 있는지는 냉정하게 고민해 봐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