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취업 후 진학’을 강점으로”

우리 아이 ‘특성화고’ 보내도 될까요?
<3> 우리은행 예비 취업생 이다현양과 학부모 이형민씨

2016-10-30     오수진 기자

시대가 변했다. 최근 통계에서 올 3분기 4년제 대졸이상 실업자가 31만 5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공고했던 학교 신화가 흔들리고, 일각에서는 고졸자를 위해 대입 전형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제주시 동지역 인문계고 선호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본 지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전공공부를 통해 남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청춘들과 그 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선 취업 후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정책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통해 자기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과 학습의 병행을 돕는 고등교육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는 지역 특유의 편견과 성적 중심의 진학지도가 평준화 지역 일반고만을 최상으로 여기게 해 특성화고를 결정짓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뒤따르게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얼마 전 우리은행 취업을 확정 지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이다현(19·글로벌유통과)양이 연수 중에 자신의 진학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인문계고 진학 후 치열한 공부 경쟁에 지쳐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 특성화고 진학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양은 특성화고로 진학했고, 결정으로 이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특성화고 설명회에서 알게 된 ‘선 취업 후 진학’ 제도였다고 설명했다. 남보다 먼저 취업해서 열심히 일하고, 일한 것을 바탕으로 뒤늦게 배움을 이어 간다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강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공부를 얼마나 못했으면 거길(여상)가냐’는 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첫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학교를 다니는 것도 힘이 들고, 주눅이 들었죠.”

그러한 주변의 시선 때문이었는지 이양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입학과 동시에 제주여상 ‘금융영재반’에서 활동하며 금융·펀드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제주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금융 인재 양성 아카데미’에도 참여하고, 취업캠프나 경진대회에도 참가해 주변의 우려를 실력과 의지로 증명해 보였다.

이다현 양의 아버지 이형민(45)씨도 딸의 ‘목표’를 믿는다고 했다.

“대학이냐 취업이냐를 고민하던 딸이 목표를 설명하며 특성화고 진학을 하겠다고 했어요. 목표가 확고했기에 아이가 그 목표대로 움직였던 것 같아요. 꿈을 이루겠다는 데 믿어야죠.”

그는 인문계고에 진학한 딸의 친구들이 성적 등급으로만 평가되고, 좌절하는 모습들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선 취업 후 진학’ 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가치관의 차이라고 잘라 말했다.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대학을 언제 가는지는 자신의 목표의식에 달린 것일 뿐 남들이 가는 길이라 해서 같은 길을 갈 이유는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양은 훗날 대학 진학을 통해 보다 깊은 금융권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양이 그리는 꿈은 ‘대학’이나 ‘경쟁’이 아니다. 언젠가 자신이 밟아온 길을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지금은 창구 업무만 맡고 있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모교는 물론 이곳저곳에서 나의 경험과 아는 것들을 강의를 해주는 사람이 꼭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