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성난 도민들 거리로
어울림마당서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열려
“국민 우롱 모자라 변명 일관” 진상 규명 촉구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첫 주말인 29일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제주에서도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제주도 내 2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제주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시민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기문란 범죄자 박근혜 하야 촉구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박 대통령이 왜 임기 초반 열린 회견에서 즉석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하고, 우주의 기운 등 도저히 대통령의 언어라고 볼 수 없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이해가 된다”며 “현재 우리는 혼용무도의 시대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희정(38)씨는 규탄 발언을 통해 “이번 사태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본인의 생각과 의지 없이 국정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 세월호 사태 등에는 애초에 국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이날 추운 날씨에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세 자녀와 함께 왔다는 한모(46)씨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끝까지 부인하다가 막판에 가서 시인하지 않았느냐. 국민을 상대로 우롱한 것도 모자라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는 박 정권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0‧여)씨도 “여러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끝까지 거짓말만 하는 박 정권에 대해 화가 굉장히 많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려는 시민들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자유 발언에 나선 이종석(43)씨는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 부패 권력 뒤에 숨어 이 나라의 법과 제도를 짓밟는 자들에게 당당히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 나라는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주자. 국민이 권력을 줄 수도 있지만, 다시 빼앗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라고 말했다.
한편, 촛불집회가 끝나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제주시청 대학로 일대에서 “나와라 최순실” “하야해 박근혜” “이게 나라냐?” “내려와 박근혜”를 외치며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