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특성화고’ 인식 바뀌어야”
우리 아이 ‘특성화고’ 보내도 될까요?
<2> 람정제주개발 예비 취업생 학부모
시대가 변했다. 최근 통계에서 올 3분기 4년제 대졸이상 실업자가 31만 5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공고했던 학교 신화가 흔들리고, 일각에서는 고졸자를 위해 대입 전형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제주시 동지역 인문계고 선호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본 지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전공공부를 통해 남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청춘들과 그 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비인문계 편견, 있었죠. 저도.”
올해 고입을 치르는 중학교 3학년 강소담(16)양의 엄마 이숙희(49)씨는 끄덕였다. 그는 현재 한 아이의 고입을 준비하는 엄마였지만, 이미 또 다른 한 아이의 고입을 치른 엄마이기도 했다.
3년 전,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아들에게 좀 더 빠른 진로를 찾아 줄 것이란 믿음 하나로 인문계고등학교가 아닌 특성화고등학교를 권하게 됐다. 하지만 믿음 뒤에는 걱정도 있었다. 중학교 내내 집에서는 학교이야기 한 번 없이 가방만 들고 학교를 왔다 갔다 한다는 느낌을 주던 아이였기에 또 다른 학교 부적응이 있을까 우려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 우려는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엄마! 오늘은 자동차 조립을 했는데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아빠! 자동차에서 자꾸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이것만 손보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요?”
이씨는 몰랐다. 20년 가까이 키운 아들이 ‘수다쟁이’었고, 모든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아이였는지를.
처음으로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고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던 아들은 자존감이 높아졌고, 변화했다. 아니, 원래 밝았던 아이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안 것일지도 모른다고 이씨는 말했다.
“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아이가 특성화고에 갔다고 부모들부터 기죽거나 위축이 되면 아이들도 느낄 거예요. ‘나는 공부를 못해서 온 거다’ 하고. 그럼 후에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그 일이 절대 재밌지 않을 것이고, 자기 꿈을 찾으려 하지도 않을 거예요. 분명.”
이유 없는 부모의 믿음 아래 고등학교 3년 내내 끊임없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아들 강준하(19·제주고 관광시스템설비학과)군은 현재 람정제주개발 1차 합격 후 15명의 친구들과 최종 합격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취업 도전은 그간의 수많은 도전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강군은 “이 정도로 실패해도 되나” 할 정도로 특성화고 진학 후 끊임없는 도전을 거듭해 왔다고 전한다.
강군과 함께 면접 준비 중인 15명의 특성화고 학생들 역시 “수능점수만을 위해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문계 친구들과 달리 우리는 다양한 직업체험을 먼저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사회 선배들을 만나 그 직업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었고,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들은 모두 우리의 스펙이 됐다”고 지금도 이어지는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군의 엄마 이숙희 씨는 말한다. “줄 세우기식 수능공부로 성공하는 아이는 상위 몇 프로일 거예요.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건 아이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그 선택이 결정되면 아이에게는 ‘잘했다’ 칭찬해주고, 너의 무한 가능성을 믿는다는 응원이 가장 필요한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