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위협하는 산성비
제주지역에 내리는 빗물이 갈수록 산성화돼 청정 제주의 산하가 헐벗기고 있음은 우려할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가 지난해 제주를 비롯한 전국 32개 지점에서 빗물의 산성도를 측정한 결과 제주는 pH(수소이온농도) 4.70으로 제주보다 공해가 심하다는 부산, 울산, 대구보다도 강한 산성비가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의 강우 pH5.6을 기준으로 하여 이 보다 낮은 경우를 산성비로 간주하는 데, 전국 연 평균치는 pH4.85로 2년 전인 2002년의 pH5.2보다 더욱 산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로 간주되는 pH5.0 미만으로 나타난 곳이 전체 32개 측정지점 중 20곳(63%)에 달해 산성비가 내리는 곳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산성비는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황산물질과 질소산화물 등이 공중에서 황산염이나 질산염 등으로 되어 빗물과 눈에 섞여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산성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내릴 경우 자연생태계에 있어 물 속 미생물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비롯 농작물의 발육부진, 토양산성화, 산림피해, 건물이나 교량이 부식되는 등 그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측정결과 나타난 제주의 빗물 산성도는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보다 심한 일본 수준(2003년 기준 pH4.7)에 근접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이처럼 산성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직 뚜렷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으나 중국 공업화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이 제주 상공으로 흘러들면서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정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제주 하늘이 산성비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은 원인이 어디에 있든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