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
해방(解放)이라는 말보다 광복(光復)이라는 말이 훨씬 좋다. 해방은 남의 사슬에서 풀려났다는 뜻이고, 광복은 빛을 도로 찾았다는 용어이니 더욱 그러하다.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면서 8.15를 국경일로, 그것도 해방절이 아닌 ‘광복절’로 명명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미국 등 연합군의 무력에 힘입어 일제통치에서 벗어났다는 ‘해방’보다는, 배달민족의 끈질긴 투쟁과 염원에 의해 국권을 회복하였다는 ‘광복’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하겠다.
그 광복이 올해로 예순 해가 되었다. 사람의 연령으로는 태세(太歲)의 주기가 60년에 한 번 돌아온다고 하여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고 한다. 공자는 60세를 ‘귀가 순하다’는 이순(耳順)이라 불렀다. 어떤 말을 듣던지 마음에 거슬리지 않고 모두 이해한다는 뜻이리라. 이순의 나이, 환갑이 된 대한민국은 뭔가 달라도 다른 모습으로 세계인들에게 나서야 할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서울에서 열린 ‘자주 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 대축전’은 백미(白眉)중의 백미였다. 그런데 이 축전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느닷없이 우리의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여 여러 가지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남북 간의 진정한 화해를 여는 상징적인 의미인지, 아니면 또 다른 계산이 들어있는 것인지는 알 수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남북의 상황이 점차 호전되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할 일은 많다. 친일파도 청산해야하고 민족정기도 바로 세워야 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친일파 관계는 광복절을 맞이할 때마다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어 보인다. 사안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쉽사리 척결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우선 역사적 반성의 무게 중심을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려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래야 ‘네 탓’을 제대로 따질 수 있기 까닭이다. 친일세력과 식민지배에 대한 미청산(未淸算)이 결과적으로 분단의 내부적 요인이 하나가 되었다면 이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할 민족적 과제이다.
일제(日帝)잔재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고 일제(日製)라면 무조건 좋은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민족정기는 정립되기 어렵다. 민족정기란 민족혼겧适렝퓰캅?애국심을 포괄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민족정기는 국가와 민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정신을 보전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을 알고 일본의 현실은 인정하되, 극일(克日)로서 민족의 자존을 선양하고 민족정기를 되살려야 한다. 아울러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신명을 바친 선열들의 유지를 받드는 일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제는 ‘통일’이다. 지구상에 한 핏줄끼리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 전쟁을 하며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는 민족은 우리뿐이라 하지 않는가. 통일은 민주 · 평화 통일이어야 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남측은 계속 평화통일을 주장하고 있으나 문제는 북쪽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측도 ‘핵’을 포함한 제반 현안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게끔 확실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사람의 연세가 예순 한 살이면 오래 사셨다고 축하하면서, 더욱 건강하고 장수하시라고 잔치를 베푼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는 5천년의 장구한 세월을 자랑하고 있지만, 현대적 국가인 대한민국으로는 광복정국 3년을 포함하여 이제 60년이다.
크게 자축(自祝)함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나아갈 바를 전 국민이 함께 고민하며 세계 속의 대한(大韓)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용 길<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