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횡령 ‘세금도둑’ 일벌백계해야
도내에서 보조금 비리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엔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인사가 보조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3일 국가보조금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업무상횡령 등)로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 이사장 고 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고씨의 제자인 모 어업회사법인 운영자와 컨설팅업체 대표, 친구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고씨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연구원에서 수행한 30여개의 보조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들과 공모해 허위로 인건비를 올리고, 용역계약 체결 후 용역대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약 3억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고씨는 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실제 구입하지 않은 물품을 구입한 것처럼 사업계획서를 꾸며 보조금 1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고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은 도내 사회적기업 및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발굴·육성하는 기관으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연구원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제주도 등으로부터 받은 보조금만도 26억100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액이 부정하게 개인 호주머니로 샌 정황이 포착됐다.
제주대 교수 출신인 고씨는 고정 출연한 모 지역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조금 비리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런 인사가 보조금 비리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사회지도층의 도덕불감증에 도민들의 씁쓸함은 더하고 있다.
보조금 사건의 이면에는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이 있다. 고씨가 수년에 걸쳐 부정을 저질렀지만 당국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고씨가 사회적기업 지원사업을 하면서 당국의 실질적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고씨의 혐의는 물론 당국의 보조금 감독업무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보조금 횡령은 세금 도둑이다. 어떠한 경제사범보다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보조금 부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일벌백계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