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지역경제 점점 수렁 속으로…

생산ㆍ소비ㆍ고용ㆍ관광 모두 최악상황 진입

2005-08-16     한경훈 기자

소비심리 냉각, 살아나지 않는 설비투자,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파업사태, 급등하는 국제유가, 등 악재가 지역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비ㆍ투자심리 위축은 내수 회복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치솟는 기름값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이고 관련 산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악재가 최근의 경기침체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으로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살아나지 않는 생산ㆍ소비심리

< P>경제 활성화에는 심리적 측면이 중요하다. 그런데 도내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으며 고용사정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7월까지 평균 실업률은 2.6%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졌다.
1999년 3.6%까지 치솟았던 도내 실업률은 이후 2003년 1.9%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고용사정이 악화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심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반영하듯 ‘2ㆍ4분기 제주지역 소비자동향조사’에 의하면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생활형편CSI는 79로 전분기(89)에 비해 10포인트 하락,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생활형편전망CSI도 91로 전분기(103)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생산 활동도 둔화돼 올 상반기 누계 도내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감소했다.

▽투자처 잃은 자금

< P>생산 및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해산 감귤값 호조 등으로 늘어난 자금이 금융기관에 그냥 묶이고 있다.
전년 말 대비 도내 금융기관의 수신 증가액은 4106억원으로 여신 증가액(628억원)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도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가계대출보다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되나 이도 운전자금 위주로 이뤄져 경기 활성화에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 예금은행의 전년 말 대비 기업대출 잔액 증가액은 205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3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은 전년 상반기 564원에서 216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기업대출 중 운전자금 잔액의 증가액은 545억원인데 반해 시설자금 잔액은 전년 말에 비해 340억원이나 줄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파업 깊은 주름

< P>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파업은 25일 만에 끝났지만 제주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겨줬다.
파업기간 제주노선에 항공기 300여편이 결항되면서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8만여명 감소했고 이로 인해 관광업계가 입은 손실은 2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에게 교통편이 어렵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떨어진 제주관광의 이미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지역경제 회생에 더없는 기회였던 여름철 ‘관광특수’가 아시아나항공 파업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처럼 성수기 중 성수기인 여름 제주관광이 죽을 쓰면서 올 관광객 유치목표 510만명 달성은 고사하고 마이너스 성장마저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내 관광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IMF 직후인 1998년(24.6%)이 처음이다. 도내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의 상황이 그 만큼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

< P>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르면서 서민경제는 물론 지역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작년 말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세울 때 배럴당 평균 35달러로 예상했던 중동산 두바이유는 최근 사상 최고치인 60달러선에 접근했다.
특히 이번 유가 상승은 아시아나항공 장기 파업에 따른 경제손실에 이어 지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이 석유류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도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00원을 넘어섰고 경유가격도 1200원대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로 올랐다.
이에 따라 도내 차량 운전자는 물론 농ㆍ어가의 유류비 부담이 가중돼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지역경제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