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관광단지 개발’ 거짓과 위선을 멈춰라

2016-10-10     김동현

헨리크 입센의 ‘민중의 적’
개발 환상에 반대하면 ‘적’으로 규정
언론도 진실에 눈감는 세태

오늘 제주현실과도 다르지 않아
마라도 10배 오라단지 개발
‘누가 민중의 적’ 냉철히 고민할 때

1882년 발표된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희곡 ‘민중의 적’은 히스톤 온천개발을 둘러싸고 진실과 권력의 대립양상을 그린 수작(秀作)이다.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의 시장은 온천개발이 삼류마을을 세계적 휴양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마을의 생명줄이자 유일한 미래’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시장의 동생이자 과학자인 스토크만 박사는 배수시스템의 잘못으로 온천이 심각한 전염병의 온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폭로하려고 한다. 권력은 진실을 알리려는 과학자를 ‘공동체를 파괴하는 급진주의자’로 몰아세우며 공격한다. 지역신문인 언론도 판매부수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진실보도를 외면한다. 마을 주민들도 온천개발이 마을을 발전시켜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진실에 눈감고 스토크만 박사를 ‘민중의 적’으로 몰아세운다.

‘민중의 적’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명박 정권 시절 행해졌던 4대강 사업 추진 등 많은 개발 사업에서 권력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국민을 호도하는 위선자로 몰아세웠다.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환경영향평가 심의결과 조건부로 통과됐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는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진 제주중국성 개발(JCC㈜)이다. 알려진 투자금액만도 6조원에 이른다. 사업부지는 마라도 면적의 10배인 353만9341㎡이다.

이제 공은 제주도의회로 넘어갔다. 제주도의회 동의절차만 거치면 이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된다. 조건부라고는 하나 그간 원희룡 지사의 발언 등으로 미뤄 짐작한다면 승인 절차만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환경자원총량제상 1등급과 2등급 지역이 대부분인 사업부지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원희룡 도정의 ‘청정과 공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애써 무시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동안의 도정 역점 사항을 “제주의 근본자산인 청정 자연을 위협하는 난개발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원 지사 스스로 말을 뒤집는 일이 된다. 원 지사가 그토록 자랑하는 청정과 공존의 미래 비전은 ‘미래의 비전’이 아니다. 미래는 현재라는 시간이 만들어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자연, 사람, 문화의 가치’를 키운다는 원 도정의 핵심 목표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10년 전부터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에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원희룡 지사의 말은 2년 전 선거에서 원희룡 지사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저버리는 일이다. 2년 전 제주도민들은 변화를 원했다. 원희룡 지사에게 부여된 4년이라는 시간은 제주도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기간일 뿐이다. 스스로의 권력에 취해 미래세대의 자산인 제주 환경을 훼손하라고 부여한 권한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오라관광단지는 지난 1999년 관광지구로 지정된 이후 쌍용건설과 유일개발, 오라목장토지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사업을 추진하다가 IMF 관리 체제 이후 자금난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이후 땅 소유권과 개발사업권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 JU그룹 주수도 회장 계열사에 넘어갔다. 사기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주 회장이 구속된 이후 극동건설, 웅진그룹 등이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자금난으로 공중 분해됐다. 그 사업 추진의 내막은 둘째치더라도 오라관광단지는 부동산 투기로 한몫 잡아보려는 투기 세력의 탐욕의 무대였다.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지속가능한 공존을 무너뜨리고 난 뒤 원희룡 지사는 과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민중의 적’에서 진실을 은폐하는 시장은 스토크만 박사를 ‘작은 문제를 확대하고 과장해서 우리의 앞길을 막는 자’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입센이 말하는 ‘민중의 적’은 자기 확신에 사로잡힌 지도자, 그리고 거짓의 환상에 놀아나는 자들이다. 과연 누가 민중의 적인가. 제주 미래를 위해 냉철히 고민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