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 ‘차바’ 피해 복구 만전을
제18호 태풍 ‘차바’가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특히 태풍(颱風)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를 비롯해 부산과 울산의 피해가 가장 컸다. 이번 태풍으로 6일 오전 기준 모두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재산 피해 또한 시간이 지날 수록 눈덩어리처럼 불어나고 있다.
‘차바’는 역대급(歷代級) 강풍과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했다. 제주시 고산 지역에서 관측된 순간 최대풍속은 56.5m/s로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60m/s)’, 2002년 8월 태풍 ‘루사(56.7m/s)’ 이후 기상관측 사상 3번째로 강한 바람이었다. 이와 함께 시간당 171.5mm의 ‘물폭탄’마저 쏟아내며 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로 인해 제주지역의 경우 제주시 한천(漢川)이 범람하는가 하면 선원 1명이 바다로 추락해 실종되고, 제주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5만여 가구가 정전(停電) 피해를 입었다. 또 도심 공사장의 타워크레인이 떨어져 나가고 풍력발전기 날개가 부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하늘과 바닷길이 끊겨 관광객 등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정전으로 인한 신호등 마비가 지속되고 각급 학교 및 감귤농가와 양식장 등 1차 산업 피해도 속출했다.
이번 태풍으로 감귤하우스가 깡그리 무너진 한 농가는 “올 초 한파(寒波)와 폭설,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暴炎)과 가뭄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가을 태풍까지 겹쳐 올해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태풍 ‘차바’로 인한 제주지역 피해는 6일 오전 현재 114여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피해 규모는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자치도는 원희룡 지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최우선적으로 태풍 피해복구에 만전을 가하기로 했다.
마침 정부와 정치권도 ‘차바’ 피해가 컸던 제주와 부산, 울산과 경남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다. 하지만 이는 검토하고 있을 뿐이지 아직 최종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따라서 제주자치도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서 제주가 제외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태풍 피해 주민들이 아픈 상처를 딛고 하루속히 정상생활로 복귀하려면 신속한 복구작업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민·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돕던 제주 전통의 ‘수눌음 정신’을 우리 모두가 한껏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