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중금속 오염…행정은 ‘모르쇠’
‘모르쇠’의 사전적 의미는 ‘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만 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내 상당수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이 중금속에 오염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하는 행정당국은 ‘모르쇠’로 일관 빈축을 사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년간 430㎡(130평) 이상인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유해(有害)물질 시범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제주지역의 경우 조사대상 139개 어린이집 가운데 60개원(43%)에서 KS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다. 또 카드뮴과 6가 크롬이 초과 검출된 곳도 각각 37개원(27%)과 23개원(17%)에 달했다.
특히 연동의 한 어린이집 문틀에선 KS기준의 652배가 넘는 6가크롬이 검출됐다. 노형동의 어린이집 페인트에서도 기준치의 468배가 넘는 6가크롬과 239배가 넘는 납이 확인됐다. 납과 카드뮴, 6가크롬 등의 중금속은 암(癌)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공개한 국회 환경노동위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처음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간의 규모에 관계없이 즉각적인 전수조사에 나서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관계당국에 촉구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관리 책임이 있는 행정은 요지부동(搖之不動), ‘강 건너 불구경’ 그 자체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예 언론의 보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대적인 보도로 전국이 떠들썩했는데도 말이다. 제주시청 담당자는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재검 등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는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납 성분 등이 검출되자 발빠른 대응에 나선 도교육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중금속 오염에 방치하는 것은 아주 큰 죄악(罪惡)에 다름 아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지역사회가 이렇게 조용할 수는 없다”며 행정에 대한 불신(不信)을 드러내고 강력 비판하는 이유다.
절차와 규정에만 따르는 행정은 이제는 버려야 할 지난날의 잘못된 유산이다. 제주자치도 등 관계당국이 아이를 둔 부모의 심정으로, 어린이집 등의 중금속 오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