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하우스 보니 억장 무너져”

[르포] 남원읍 위미리 고월래씨 농가
태풍으로 감귤 피해에 허탈
“상품 가치 없어 농사 포기”

2016-10-05     김동은 기자

“올해 지긋지긋한 날씨 때문에 마음고생이 말도 못할 지경이었는데 이번에는 태풍으로 하우스가 망가진 모습을 바라보자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제18호 태풍 ‘차바’가 지나간 5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고월래(72
·여)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뜬 눈으로 지새운 고씨는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감귤이 제 값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태풍이 휩쓸고 간 후 이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하우스 비닐은 강풍에 찢겨 이리저리 날리고 있었고, 일부 철재 구조물은 휘어져 있었다.

또 지난 1일부터 출하가 시작된 극조생 노지감귤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감귤 역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하우스를 끈으로 단단하게 묶어 고정하는 등 온 힘을 다해  피해를 막아보려 애썼지만 강한 비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고씨는 이번 태풍으로 비가림 하우스 3900평 중 1700평, 한라봉 하우스 1000평 중 300평이 파손되고, 1800평 규모의 노지감귤 중 일부가 떨어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파손된 하우스를 복구하려면 1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사나흘 정도를 꼬박 일해야 한다. 이들의 하루 임금만 18~20만원 수준이다.

고씨는 “하우스가 찢어지면서 비를 맞은 감귤도 껍질과 과육이 들뜨는 현상인 부피과 피해가 우려된다”며 “상품 가치가 떨어져 올 농사는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올 초 한파와 폭설,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번 태풍으로 또 한 번 아픔을 겪게 됐다”며 “그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태풍 피해가 발생한 남원읍 위미리(감귤), 성산 삼달리(월동무), 구좌읍 평대리(당근) 등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