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眞相’ 다시 거꾸로 돌리려 하나
“국내 좌익 및 북한 공산세력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투쟁을 집요하게 전개했다. 공산폭도(共産暴徒)들은 제주 4·3사건 등을 일으켜 5·10선거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러한 공산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1948년 8월15일 마침내 대한민국이 건국됐다.” 이 글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 권희영 정영순 교수 등이 연구원의 과제로 제출한 연구보고서의 일부다.
논란은 지난달 30일 실시된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의 견해를 물었고, 이 원장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기동 원장은 지난해 발간된 ‘광복(光復) 70년사’에 제주 4·3사건을 국내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 수립에 도전한 사례로 기술한 핵심 인물이다.
이에 오 의원이 “정부가 인정한 공식 희생자가 1만4000명인데 이들이 모두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라고 다시 물었지만 이 원장은 고집스레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일반 희생자도 있으나…” 운운하며, 사건 발단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있다는데 더 무게를 뒀다.
결국 한바탕 소동 끝에 이기동 원장이 오 의원과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국학중앙연구원 같은 국책연구기관 소속 인사들의 ‘편향(偏向)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뒤끝이 씁쓸하기만 하다.
제주사람들에게 ‘4·3’은 되살리고 싶지 않은 처절한 비극적 역사다. 그러나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4·3 흔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4·3의 진상(眞相)’ 등을 왜곡해 다시 거꾸로 돌리려 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큰 죄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