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공산주의자들이…”

4·3사건 왜곡 기술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기동 원장 국감 발언 논란
오영훈 의원에 ‘선생’ 지칭도…“역사관 등 박근혜 정부 민낯” 지적

2016-09-30     문정임 기자

지난해 발간물 ‘광복 70년사’에서 제주4·3사건을 국내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 수립에 도전한 사례로 기술해 논란이 됐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기동 원장이 피감기관 증인의 자격으로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유성엽) 국정감사장에 섰다.

이 원장은 4·3에 대해 전체적인 전개과정은 양민학살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발단임에 더 무게를 두는 입장을 보여 지탄을 받았다.

특히 오영훈 국회의원에게 세 번이나 ‘선생’이라 지칭하고 질문에 횡설수설 답변하는 태도를 보여 여러 의원들로부터 공식 사과를 요구받고 정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은 국회 교문위가 교육부 소관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광복 70년사’의 제주4·3사건 기술과 관련,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에게 제주4·3사건에 대한 시각을 물었다.

이 원장은 공산 폭도들이 4·3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느냐는 오 의원을 질문에 "공산주의자들이 4·3을 일으켰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오 의원은 "정부가 인정한 공식 희생자가 1만 4000여명인데 이들이 모두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 원장은 "일반 희생자도 있지만 추종자도 있고…어쨌든 발단은 김달삼이라는…”이라며 사건 발단이 공산주의자들이었다는데 더 무게를 두는 듯 발언했다.

오 의원은 다시 "1만4000여명 희생자 중에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대부분의 양민을 학살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양민학살로 보기는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원장은 "양민학살은 죄악”이라면서도 "작은 섬에서 공산주의자들에게 휘둘린 사람도 있지 않았겠나”라고 다시 말끝을 흐렸다.

이에 오 의원은 "나의 조부와 증조부도 4·3때 돌아가셨는데, 그럼 나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제주4·3특별법 2조에 명시된 제주4·3사건의 정의를 직접 읽어나갔다.

오 의원은 "법령에 의해서 설립된 단체가, 세금으로 생활하는 원장이, 법률이 정한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게 사고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 원장은 "4·3특별법에 대체로 동의는 한다. 그 관계에 대해 책은 읽고 있다”면서도 "서북청년단이 무례하게,,,,”라며 다시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을 우선 언급했다.

화가 난 오 의원은 "이 원장은 지금 내 말을 다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국감 시작 초반에 이 원장의 연로함 때문에 업무에 문제가 없는 지를 걱정했다 ”고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원장은 세 번이나 오 의원에게 "선생"이라고 지칭해 오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로부터 강한 이의제기를 받았다.

오 의원과 이 원장의 설전은 몇 분 뒤 다시 이어졌다.

잠시 나갔다 들어온 오 의원은 "내가 지금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며 "밖에 가서 추스려 보려고 했지만 안정되지 않는다. 앞선 4·3 발언에 대해 제주도민들에 대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이 원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뒤  "도민들에게 죄송스럽고, 내가 평소 습관대로 ‘선생’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이 원장이 여러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화장실을 나가버리고, 의원 직함을 잘못 지칭하고, 질의의 핵심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과 빈정거리는 듯한 태도 등으로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이 원장의 태도를 가장 집요하게 문제삼았던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이 원장의 역사관과 피감태도, 2년 임기가 무색하게 매달 이뤄진 연구원 간부급 인사 등의 여러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