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와 여성의 인권

2016-09-29     강익자

도내 화장실에 생리대 비치하자
지원 여성인권 차원서 접근 필요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은 것처럼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리고 얼마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사건이 발생, 국민적인 충격을 안겨주었다.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아 휴지, 심지어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생리(生理)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매우 고귀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과거부터 숨겨야하는 일로 여겨왔다. 특히 제주에서는 ‘몸을 비렸다’라며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부정적으로 여겼다. 이 외에도 가부장적 문화와 인식들은 생리를 입 밖에 내뱉는 것을 어렵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먹고, 배설하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여성이 생리를 하지 않으면 인간의 종족 번식은 불가능하다. 생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며, 여성의 임신·출산과 직결되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고귀하게 여기고 강조하면서 정작 그것들의 가장 기초가 되는 여성의 생리에 대한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 지자체에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성의 생리에 대한 지원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서울시를 비롯, 성남·대구·부산·전주시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깔창 생리대’ 사건이후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무상 지급정책을 발표하고, 관련 조례를 제·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 도에서는 아직 아무런 대응이 없다. 타시·도의 발 빠른 대응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는 공중화장실에 화장지·비누 등이 비치돼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 ‘역사’는 오래지 않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됐고, 이후 지자체는 조례로 화장지·세정제·방향제·탈취제 등의 편의용품을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편의용품에 생리대가 포함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호텔이나 백화점 뿐 아니라 상당수 병원과 음식점 등에서도 이미 생리대를 비치, 필요할 경우 사용을 안내하고 있다. 즉 여성의 절대적인 필수품에 대한 편의 제공이다.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배설에 필요한 화장지를 제공하듯이 여성으로서 생리에 대한 필수품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도내 공중화장실에 생리대가 비치되면 어떨까. 관광객뿐만 아니라 모든 가임기 여성들은 갑자기 찾아오는 생리로부터 좀 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생리적인 현상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보장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깔창 생리대’ 사건이후 국회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예산을 편성하고 보건소에도 생리대가 무료로 비치된다. 서울시는 보다 적극적이다.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배송하고, 지역아동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생리대를 비치했다. 청소년들의 건강 기본권을 위해 다방면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생리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 뉴욕시는 생리대를 공중화장실에 비치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미국 위스콘신 주 등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 중이다.

반대도 있을 것이다. 각자가 소비해야 할 것을 왜 공공에서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낭비하거나 대량으로 가져가는 문제도 예상된다. 처음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했을 때도 가져가는 사람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잘 정착됐다.

그리고 누군가 가져갔다면 꼭 필요해서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급과 중저가용 등 다양한 생리대 가운데 공중화장실에 비치되는 것은 중저가용일 것이다.

이런 주장이 너무 앞선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기본권 차원에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생리대가 공중화장실에 비치돼 있는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화장실에 휴지가 있는 게 당연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