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에 관공서 주변 식당가 ‘찬바람’
김영란법 시행후 도내 식당가 모습
공무원들 몸사리며 점심 구내 식당서 해결
인근 식당 매출 반토막…“업종변경 고민중”
“손님들이 안 와서 죽을 맛이에요.”
29일 오후 1시께 제주도청, 제주도교육청 등 관공서가 밀집된 지역에 위치한 A 참치회전문점 주인 김모(33)씨가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인근 관공서 공무원들인데, 김영란법 시행된다고 한 뒤부터 손님이 줄어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했다. 김씨는 “원래 점심시간대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었는데 이번 주에는 점심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고급식당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 관공서 인근 고급식당을 둘러본 결과 텅 빈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B 바다요리전문점 주인은 “하루 보통 30개 주문을 받았었는데, 어제는 온종일 주문 3개를 받았다”며 “김영란법 때문에 순두부 같은 저렴한 음식으로 업종을 변경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점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평소보다 손님들이 더 많이 찾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C 해장국전문점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가게 종업원은 “김영란법 얘기가 나온 뒤로 전보다 손님이 더 늘었다”고 했다. D 돼지국밥전문점 주인은 “어제오늘 보니 평소보다 30% 정도 손님이 더 오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오를 것 같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공직 사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평소보다 구내식당을 찾는 공직자들이 크게 늘었다. 제주도청 구내식당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당분간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려 한다”며 “이미 잡혀있던 저녁 약속도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구내식당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부당한 청탁은 문제지만, (법 시행으로) 사람 간의 온정이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