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참사 불구 원점서 맴도는 대책
60대 제주여성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서도 아니다. 종교시설인 성당에서 혼자 기도를 하다 청천벽력의 참사(慘死)를 당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었고 영문조차 몰랐다. 참으로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무사증(無査證) 폐지 등 도민여론이 들끓었다. 제대로운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무분별한 무사증 남발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희대의 살인마(殺人魔)’로 돌변한 50대 중국 관광객도 무비자로 제주에 들어왔기에 더욱 그랬다.
이에 원희룡 지사 등이 나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반 대책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26일 도의회에서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도민피해 방지를 위한 현안업무 보고회’가 마련됐으나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다. 집행부와 의회 모두 무사증 제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이날 권영수 행정부지사는 현안보고를 통해 “외국인 밀집지역 등의 범죄예방을 할 수 있도록 관광경찰 등을 배치해 취약시간대별 순찰을 강화하고, 폐쇄회로(CC)TV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도민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이제 ‘그 어느 곳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종교시설에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침입해 칼부림을 하는 판이니, 더 이상 숨을 데가 없다는 호소다. 관광객들에겐 제주가 가장 안전한 관광지일지 몰라도 도민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곳으로 변해버렸다는 자탄(自嘆)이 그래서 나온다.
지금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사증 제도의 완전 폐지가 아니라, 입국(入國) 심사 강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와 의회는 “무사증 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 근간” 운운하며 딴소리를 해대고 있으니 도민들은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 것인가.
제주에 무사증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은 지난해만 62만명을 넘어섰다. 대부분 중국인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로 눌러앉는가 하면 각종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성당에서의 살인 사건’이란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상태에서 도와 의회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존재(存在)할 가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보다 더 큰 참변을 당해야만 정신을 차릴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