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4분의 기적’

2016-09-19     양병화

드라마와 같은 일이 실제로 내 앞에서 일어났다. 지난 16일 11시 38분쯤, 추석을 지내러 온 언니네 가족들과 한라산 등반을 하고 있었다. 정상을 앞두고 “사람이 쓰러졌어!”라는 다급한 형부의 목소리와 동시에 뛰어올라 가보니 한 젊은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이미 의식은 없었고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는 간호사 조카의 말과, 양쪽 귀와 얼굴에 나타난 청색증.

11시 40분, 119로 전화를 함과 동시에 평상시 익혔던 모든 심폐소생술의 행동지침들이 스쳐지나갔다. 먼저 사람들과 함께 쓰러진 남자를 편평한 장소로 옮겨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려는데 조용히 옆에서 함께 해주는 한 사람, 의사였다. 제세동기(AED)가 정상에 있다는 누군가의 외침에 순식간에 AED를 갖고 와 작동시켰다. 기적처럼 돌아오는 맥박, 점점 풀리는 청색증, 손의 약한 움직임. 이 모든 상황은 불과 몇 분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안개 낀 탓에 헬기가 뜰 수 없을 것 같다는 119의 소식을 듣고, 들것으로 진달래밭까지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상황을 주변에 전달했다. 도움요청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기에 지명 요청했더니 흔쾌히 들어주셨고, 2시간 넘게 걸쳐 환자를 119에 인도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응급처치교육을 제주대학교와 제주한라대학교에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소방서 등에서도 응급처치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법률에 의해 정해진 교육대상자 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희망하는 사업장·일반 주민들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제주도에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은 천여대의 AED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심폐소생술과 AED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 대처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뿐만 아니라 AED 작동방법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6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하겠지만 응급상황에 함께 해주신 의사선생님, 여고생 딸과 함께 올라온 아빠, 남자 대학생, 수원에서 오신분과 다른 여행객 두 분께 함께 해주신 용기에 감사의 말씀을 대신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