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묻지마 살인’ 중국인 영장 신청
17일 연동서 기도 여성 흉기로 수차례 찔러
경찰 범행 동기 등 수사…元지사 빈소 방문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이 중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 도민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제주경찰서부경찰서는 사건 발생 3일 만인 19일 중국인 첸모씨(51)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첸씨는 지난 17일 오전 8시45분경부터 약 3분 동안 제주시 연동 한 성당에서 여신도 김모씨(61)의 배·가슴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피해자 김씨는 사건 발생 직후 “누군가 흉기로 가슴과 배를 찌르고 달아났다”고 신고했고,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사건 발생 하루만인 18일 오전 숨을 거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김씨는 사건 당시 새벽 미사를 마치고 혼자 남아 기도를 하고 있었으며, 피의자 첸씨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첸씨는 지난 13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관광객으로 오는 22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성당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수사에 나서 사건 발생 7시간 만인 서귀포시 보목동 거리에서 첸씨를 검거했다.
첸씨는 범행 직후 택시 등을 이용해 서귀포시까지 이동했다가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로부터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돼 경찰에 붙잡혔다.
첸씨는 경찰조사에서 “전 부인의 외도 이후 제주에 기분을 풀 겸 여행 왔다가 성당에서 김씨를 보고 전 부인이 떠올라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당에 들른 이유에 대해 첸씨는 “하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숙소 부근인 성당에 회개하려고 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천씨가 제주에서 흉기를 샀고, 이틀 전부터 같은 성당에 2~3차례 갔던 사실을 확인, 계획 범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 부인들에 대한 반감을 다른 여성에게 표출한 일종의 ‘여성 혐오’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흉기를 들고 회개하려고 성당에 갔다는 것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이 많아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단 중국인 강력 범죄 소식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후 사건이 발생한 성당 미사에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미사에 앞서 원 지사는 “매우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원 지사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강력범죄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피력한 만큼, 불법체류 및 외국인 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무사증 입국제도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