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 행정소송 제기
"시판제한은 직업선택자유 침해" 주장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시판범위 제한을 둘러싼 문제가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자신들이 생산한 먹는샘물 도외 반출을 계열사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9일 제주지방법원에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의 ‘먹는샘물 행정심판’ 기각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한국공항이 제기한 행정심판과 관련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계열사 판매제한은 제주산 지하수의 희소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이므로 정당하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특히 한국공항의 이번 행정소송 제기는 한진그룹이 제주의 생명수를 이용해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도민 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공항은 법무법인 광장을 소송 대리인으로 내세운 ‘지하수 도외 반출허가 부관 취소 청구’를 통해 자사 ‘제주광천수’를 계열사 등에만 공급하고 국내.외 시판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또한 행정상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반하는 위법.부당한 것이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제주도에 이에 대해 소송이 제기된 이상 담담하게 대응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한국공항은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 소재 제동목장에서 연간 2만6000여t의 먹는샘물을 생산, 대한항공 기내용과 그룹 계열사 및 주한 외국인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와 한진그룹 사이에 수년간 끌어왔던 먹는샘물 국내시판 논쟁이 다시 재연됐다.
10여년간 지속돼 온 이 논쟁은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기각 결정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한진 측이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진그룹의 이번 행정소송의 제기는 최근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는 국내 먹물샘물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해 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소송은 그러나 도내에 상당한 영업기반을 둔 대기업이 제주도 공공의 재산인 생명수 상품화 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도민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주요 소송논지=< /STRONG>한진그룹은 우선 제주도가 먹는샘물 판매를 허용하면서 ‘계열사 판매’로 제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이용허가를 받은 먹는샘물의 합리적인 판매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것이다.
또 제주도개발공사에는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채취량과 반출량을 허가하고, 반출목적이나 반출장소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 데 비해 자신들의 반출목적은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지하수 보존을 명분으로 삼아 경쟁업체를 제거, 개발공사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특혜라고까지 소장을 통해 밝혔다.
이와 함께 규제수단의 부당성도 지적하고 있다. 이미 채취한 지하수의 판매대상 제한은 지하수 반출을 허가제로 하고 있는 만큼 지하수보호에 적합한 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주장에 문제는 없나?=< /STRONG>이 같은 한진그룹의 여러 주장 중 가장 핵심은 형평성 문제로 보인다. 도개발공사에게는 목적이나 장소에 제한 없이 먹는샘물 영업권을 주면서 왜 자신들은 계열사로 한정해 판매토록 옭아매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공사와 한진그룹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개발공사는 도가 100% 출자한 공기업이다. 즉 도민의 기업이라는 말이다. 개발공사의 이익은 곧 도민의 이익으로 직결된다.
지방자치 원리상 주민들이 자신들의 공동재산 가치를 높이고 보호하는 조치를 탓할 수는 없다. 헌법 원리상으로도 공익(公益)은 사익(私益)에 우선한다.
행정심판위원회도 앞서 한국항공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먹는샘물 도외 반출허가시 계열사 판매로 한정하는 부관을 부관하면 국내 유통되는 제주산 먹는샘물의 희소가치를 높여 제주도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한진그룹이 당초 먹는샘물 제조업에 뛰어든 동기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사용하던 수입 음료를 국내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줄기차게 판매영역 확대를 시도하는 것은 결국 국내 먹물샘물 시장이 커진 것을 기화로 기업 이윤을 극대화해보겠다는 속셈으로 분석된다.
▽제주도의 대응 =도는 한진그룹이 먹는샘물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상 이에 대한 대응과 병행해 먹는샘물 시판을 둘러싼 논쟁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내에 부존하는 지하수를 포함한 수자원은 토지 소유권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공공의 자원임을 명문화하고, 이에 따른 관리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을 법률로 따로 정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자치도기본법’에 반영키로 했다.
특히 지하수자원의 공수(公水)관리 입법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지하수 공개념은 사유화와 독점적 이용으로 인한 사회적 폐단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하수 공수개념은 하천수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처럼 제주 지하수 관리에 따른 전반적인 사항을 제주도가 갖고 지하수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이용권만을 규정 범위 내에서 허용한다는 의미.
도는 이스라엘과 독일, 스위스 등에서 공수적 차원의 지하수 관리방법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의 도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