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민 사기극”이란 말까지 나온 현실
원희룡 제주도정이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과 관련 “대도민 사기극”이란 말까지 나왔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제주시 도남동마을회를 비롯 노인회와 청년회, 부녀회 등은 12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복지타운의 취지를 무색케 한 공공임대주택은 지역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도민 사기극(詐欺劇)”이라고 성토했다. 또 원희룡 지사의 “주민들이 찬성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지난 9일 김명만 의원의 ‘긴급현안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은) 면담한 주민들이 찬성하고 갔다. 대화록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시민복지타운 입주자 대표가 찬성했을 뿐, 마을회의 입장은 밝힌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 지사가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별도의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최소한 지역주민 의견수렴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에 행복주택 사업을 신청한 후 주민에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시청사 부지에 1200세대가 들어가면 지하에 주차장을 조성해도 건폐율 30% 확보도 힘들고 교통지옥(交通地獄)은 불 보듯 뻔하다”며 늘어나는 학생 수용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남동마을회 등의 결론 역시 시청사 예정부지는 제주시청 이전(移轉), 또는 시청에 상응하는 공공기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이 주장하는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시청사 부지는 원 지사의 말처럼 ‘제주시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 끝에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택했다고 지사 스스로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반대 여론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이번 도남마을회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반대 여론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제라도 원점(原點)으로 돌아가 원희룡 지사가 좀 더 큰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