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가 지켜줄게” 

2016-09-13     강동우

필요한 건 어른들의 믿음과 응원
교육청·시청·복지협의체 공동 노력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많이 회자되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가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을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1955년 하와이 카우아리 섬에서는 그 해 태어난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어른이 될 때까지 30~40년 추적 조사하는 대규모 연구프로젝트를 했다. 카우아이 섬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으로 ‘결손 가정의 아이들일수록 사회적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에 대한 연구였다.

833명 중에서도 더욱 열악한 조건에 있었던 201명의 자료를 집중분석하던 중 놀라운 반전의 결과가 나왔다. 고위험군 중 72명이 훌륭한 청년으로 자랐으며 오히려 상위 10%안에 드는 이들도 있었다. 결과의 결정적 요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아이의 입장에서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이 1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가? 2013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아동종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가구의 46.2%가 양부모와 살고 있지만 빈곤가구 아동의 양부모 동거 비율은 27.8%다. 먹을 것이 떨어졌는데도 살 돈이 없었던 ‘식품 빈곤’을 경험한 적이 있는 아동도 빈곤가구의 아동에는 42.2%로 나타났다.

또한 빈곤 아동의 17.4%는 매일 방과후에 보호자 없이 방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자녀는 이런 상황이 아니지만 바로 옆집 아이가 지금 이런 경험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6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언론을 통해 거의 매일 아동학대 사건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원영이 사건’은 지금 이 시대 어른들에게 깊은 반성과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지 성찰의 계기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입니다’처럼 아이들에게서 우리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방관하거나 마음 속 반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

위기가정 및 방임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계속 증가하면서 지원도 많아지고 있다. 위기가정 및 방임아동 등을 만나는 각 기관들은 열정과 전문성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 모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홍보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대답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것도 한 몫을 한다.

지난 5월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제주지역 대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청·제주시교육지원청, 그리고 사회복지관련 기관의 협의체인 제주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위기 및 방임가정 지원을 위해 함께 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저 뻔한 약속이 아닌 서로의 역할, 담당자, 협의 구조 등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각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함께 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위기가정이 발견 되면 어느 기관 담당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함께 방문하고 함께 방법을 찾고 있다. 지역에서 발굴된 사례인 경우에는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고, 학교에서 발굴된 사례지만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면 먼저 달려와 주고 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한계로 다가오는 장애요인도 함께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지역아동센터 선생님·지역 자원봉사자·제주시 드림스타트 사례관리자 등 그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이 많아졌다. 이들 중 1명은 카우아리 섬의 어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도 지금은 어렵지만 멋지게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해 본다. 그 옆에는 ‘나’가 아닌 ‘우리’로 사고하고 ‘우리 집’보다는 ‘우리 마을’을 생각하는 어른들이 옆에 있다고 알려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