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포장 했는데도 “도로 아니”

외도동 호텔신축지 ‘기부채납 지적정리’ 지연…사고에도 신호등 설치 못해 ‘민원’

2016-09-06     박민호 기자

도내 한 관광호텔이 완공 후 인근 도로에 대한 기부채납을 약속했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고조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확·포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도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당 도로를 지나던 마을 주민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목상 ‘도로’가 아닌 ‘도로’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외도동 연대마을 입구. 이 곳은 당초 폭 6m 내외의 작은 도로였지만 올 초 인근에 관광호텔 신축이 결정되면서 8m도로로 확·포장됐다. 해당 호텔측은 지난 2014년 제주도로부터 관광개발사업 승인을 받아 제주시에 기부채납을 약속한 후 도로에 대한 확·포장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도로가 확·포장되면서 이곳을 지나는 차량 통행이 크게 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새벽시간 이 곳을 지나던 마을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마을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마을 주민들은 당국에 교통신호등 설치를 요구했지만 8m도로가 안 된다는 이유로 불허된 상태다. 호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기부채납이 늦어지면서 지적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 현재 시행사 내부 문제로 호텔 공사가 중단된 상태여서 기약 없는 기다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도로 확·포장 공사 당시 마을길이 넓어진다는 마음으로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지목상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통안전시설물 설치가 안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금이라도 호텔 준공과 상관없이 ‘도로확보에 따른 사업허가’를 근거로 ‘도로’로 지정, 주민들의 안전과 이와 관련한 분쟁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제주시는 사유지를 ‘도로’로 강제 편입할 수 있는 근거도 없고, 도로 확대에 따른 ‘난개발’ 우려 등으로 지목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주민안전을 위한 교통시설물은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설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주시 관계자는 “당초 시행자와 ‘완공 후 기부채납’을 약속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호텔이 완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강제할 수 있는 근거도 없을 뿐더러 만약 확·포장된 곳이 ‘도로’로 변경될 경우 인근 토지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며 지목 변경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도로 확·포장 이후 교통량이 늘어 주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신호등 등 교통안전물 시설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