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독선의 ‘不通 대통령’
‘대한민국 상위 1% 삶’ 드러난
조윤선 문광·김재수 농림축산
야당 반대 불구 長官 임명 강행
‘우병우 지키기’ 점입가경 치달아
정국 급랭 해임건의안 등 예고
協治 물 건너가…국민만 ‘불쌍’
박근혜 대통령이 조윤선·김재수·조경구 장관과 김재형 대법관을 공식 임명(5일자)했다. 해외 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서다. 조 환경부장관과 김 대법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인물이다. 이를 놓고 오만과 독선의 ‘불통(不通) 대통령’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징후는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할 때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이 청장은 과거 음주운전 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겼던 전력이 드러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었다.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허탈하다 못해 절망했다.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나모 씨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은 ‘망발(妄發)이 아니라 사실’인 듯 여겨진 것도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먼저 조윤선 장관의 경우를 보자. 조 장관 부부가 지난 2010년부터 5년 동안 지출한 생활비는 무려 36억원에 달했다. 대략 1년에 7억원을 생활비로 쓴 셈으로, 서민들에게 7억이란 돈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다.
조 장관은 이재(理財)에도 밝았다. 두 차례 아파트 매매로 27억 여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순전히 운전기사의 책임’이라지만 최근 1년4개월 동안 교통법규 위반 사례도 29차례였다. 씀씀이 등 모든 것이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을 실감케 했다.
김재수 장관 또한 결코 이에 못지 않다. 그는 해운중계업체 명의의 93평 아파트에서 1억9000만원의 전세금으로 7년이나 거주했다. 김 장관은 이 기업에 거액의 대출을 알선해 준 당사자다.
농수산물유통국장 시절에는 농협으로부터 연 1.42%의 금리(당시 평균 대출금리 8%대)로 주택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 자금으로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 여원 싸게 구입해 5년 만에 3억7000만원의 시세 차익도 얻었다.
이 와중에 그의 노모는 10년 동안 극빈층으로 등록해 2500만원의 의료비 혜택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히 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박 대통령은 두 장관의 이러한 ‘뛰어난 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이 정도의 ‘담대함’은 있어야 야당 등의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란 판단도 작용한 듯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 ‘우병우 지키기’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번 두 장관 역시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증한 ‘우병우표 인사(人士)’들이다. 이들을 낙마시킬 경우 그 책임은 검증을 잘못한 우 민정수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권의 버팀목’인 우병우의 몰락은 곧바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인식인 것 같다.
바로 이 지점에서 청와대의 생각과 국민들의 정서는 천양지차를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에 야권이 강력 반발 정국 또한 급랭(急冷)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귀 닫고 눈감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들 장관의 해임건의는 물론 모든 방안을 강구해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무효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총무도 “전자결재는 ‘김재수·조윤선 임명’이 아니라 ‘우병우 민정수석 해임’이었어야 한다”며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이번 처사를 두고 앞으로 어떻게 협치(協治)를 말할 수 있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흔히 정치를 논할 때 자주 쓰이는 문구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다. 원래 이 말 앞엔 원래 네 단계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격물(格物)과 치지(致知),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이다. ‘격물’에서 ‘평천하’까지를 이른바 ‘대학(大學)의 8조목’이라고 한다. 지혜를 다하고(격물치지) 마음을 다한(성의정심) 후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하라는 의미다.
‘소통의 시대 불통의 정치’는 이제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마음이 조급하다고 국민과 정치권을 다그치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대통령 먼저 지혜를 구하고 성심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