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 실패에서 배워라”

2016-09-01     이선화

도정 섬축제 20년만에 부활 추진
아날로그 지양 스마트 콘텐츠로

제주특별자치도가 2018년 ‘제주세계섬문화축제’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도민사회를 중심으로 과거 개최됐던 세계섬문화축제에 대한 부활의 여론이 일고 있는데다 세계 섬들간 인문·자연·문화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한 메머드급 국제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사실 세계섬문화축제는 제주도가 일찍이 내걸었던 이벤트였다. 제주도는 1998년에 제주라는 이름을 걸고 세계섬문화축제를 열었다.

당시 일본 등 주변국가들은 무릎을 치면서 아쉬워했다고 한다. 섬문화축제라는 아이템을 놓친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20년 전에 제주가 주변국가들이 샘을 낼 정도의 좋은 아이템을 선점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3년 후인 2001년에 두 번째 축제까지 열린 뒤 중단되고 말았다. 축제개최 결과는 처참했기 때문이다. 마치 실력 없는 주방장이 비싼 재료로 어설픈 음식을 내놓은 것처럼 모두를 실망시켰다.

도의회에서 조차 행정사무조사를 발동되고 결국 기획력 부족, 질 낮은 공연, 운영미숙 등이 지적되면서 실패한 축제로 평가됐다. 제주가 선점한 아이템임에도 축제의 효과도, 도민공감대도 얻지 못한 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이처럼 실패한 축제의 부활을 결정한 제주도정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제주의 대표축제가 없다는 자기반성과 세계섬문화축제를 빨리 부활하지 않으면 주변국 섬 관광지인 하이난과 오키나와 등에게 브랜드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그러나 ‘수순’이 틀렸다. 제주도정이 18년 전 세계섬문화축제라는 아이템을 다시 꺼내들고 2018년 개최를 발표하려면 ‘실패한 축제’를 분석한 보고서가 우선이다. 그 보고서에 과거 축제의 반복적 부활이 아닌 21세기형 축제로의 변모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했다. 과거 의회에서 심도 있게 실시한 행정사무조사는 문제에 대한 진단이었다.

문화보다는 관광에 주안점을 뒀던 과거 도정과는 달리 원희룡 도정이 문화를 가치로 삼아 제주문화의 글로벌화를 추구한다면 부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내달 1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2016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이다. 전통·한류·음식·해양을 총망라한 아시아의 대표 문화콘텐츠를 모은 아시아 축제로 기획 추진하고 있다.

원아시아페스티벌의 콘텐츠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미 제주가 가진 것들이다. 그러나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트렌드에 맞게 축제 소재들을 다양하게 융합해 새로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울 게 없는 과거 축제의 재현이라면 제주세계섬문화축제는 의미가 없다. 제주세계섬문화축제를 개최하려는 제주도정에 2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창의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축제 개발이다. 해외여행이 어렵고, TV나 신문지상을 통해서나 세계의 문화를 접하던 과거 아날로그 시대식의 축제는 안된다. 한 장소에 여러 섬 문화를 모아놓고 보여주기 식의 ‘과거형 축제’는 지루할 뿐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고, 가상현실 체험까지 가능한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새삼 이웃나라 섬의 하드웨어는 그리 끌리는 콘텐츠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 제주는 섬으로서의 어떠한 매력을 극대화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도민공감대 없이 과거 섬문화축제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섬문화축제 개최 발표에 “탐라문화제라도 잘 키우자”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제주도정은 분명히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둘째, 제주도정이 섬 콘텐츠를 잘 살려 제주세계섬문화축제를 개최해 승부수를 띄우고자 한다면 과거 축제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축제 개최의 성공 요건 등을 도민들에게 분명하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 도민들의 성원 없이 축제가 성공할 수 없고, ‘반성’은 역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미래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