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뭔데 맘대로 합의하냐?”
정부, 일본과 ‘일방적’ 위안부 합의
사과 없고 ‘꼴랑’ 100억원 지원
일본 지진때 우리 모금액 560억원
정부 지원금 배분 ‘일본 심부름꾼’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사과
돈 몇 푼으로 역사적 진실 못덮어
10대 소녀였다. 강제로 끌려가 집단으로 성폭행 당했다. 그런 상태가 수년간 계속됐다. 인간 이하의 삶이었다. 차마 스스로 끊지 못해 연명했다. 충격이 너무나 컸다. 신체는 만신창이가 되고 정신마저 망가져갔다.
가해자는 오랫동안 외면했다. 제 발로 찾아가 벌어진 자발적 행동의 결과라고 우겨댔다. 하지만 세상의 눈은 무서웠는지 사태 해결에 나서는 척했다. 그런데 절대로 잘못했다고는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잘 안다며 해결해주겠다는 변호사가 나타났다. 그리곤 가해자와 덥석 ‘합의’를 해버리고 말았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합의를 해버린 것이다. 피해자를 위해 일하는 줄 알았는데 결과는 가해자 편으로 나타났다.
가장 기본적인 가해자의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다. 그리곤 합의금도 ‘꼴랑’ 몇 푼이다. 물론 사태 해결의 목적이 돈은 아니었다. 그래도 금액이 가지는 의미는 컸다. 돈이 재화이기도 하지만 ‘가치’를 계량화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상급 프로운동 선수들이 최고연봉에 ‘자존심’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의 가치가 연봉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가해의 정도에 따라 합의금이 달라진다.
그런데 ‘미친놈의’ 변호사가 엄청난 일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피해자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변호사가 맞아 죽지 않은 게 다행이다. 이런 짓의 장본인이 일개 변호사여도 문제일 텐데,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어서 국민들이 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일본 아베 정부와 이른바 ‘위안부 합의’를 했다. 합의조건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다는 내용 등이다. 더욱이 일본은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며 더 이상 거론할 수 없다며 강경해졌다.
이 무슨 건방지고 오만한 짓인가. “너희들이 뭔데 맘대로 합의를 하냐?”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해 대한민국 관료들에게 욕이라도 퍼붓고 싶다. 피해자의 입장에 반하는 ‘대리인’의 일방적 합의는 합의가 아니다. 당연히 무효라고 본다.
우리나라 측 합의 당사자들의 자격도 문제다. 변호사가 대리인 역할을 하려면 선임계가 있어야 하는 데 대한민국 관료들은 그러질 못했다.
합의 내용도 기가 차다. 일본 정부는 절대로 “배상금이 아니고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선언했는데 우리 정부는 배상금 성격이라고 했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제삼자가 우긴다. 웬지 비참하다.
금액도 문제다. 10억엔이면 대략 100억여원이다. 지난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에 큰 지진이 났을 때 우리 국민들이 성금으로 건넨 액수 560억원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까지도 동참해 모아준 돈이 560억원인데 수십년 한(恨)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이 ‘꼴랑’ 100억원이다. 20만명이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기록에 비춰보면 1인당 5만원인 셈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 인간성 훼손의 아픔을 금액으로 가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일본은 물론 대한민국 관료들도 역사적 책임의 무게에 맞는 금액에 합의했어야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우리 정부다. 일본 정부의 대리인이 된 듯 위안부 할머니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데 일본이 보내온 ‘꼴랑’ 10억엔을 가지고 생존자 1억·유족 20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위안부 문제의 상징인 소녀상 철거설도 흘리고 있다.
외교부는 현금 지급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들었다. 어불성설이다. 사태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진심어린 사과임을 알 텐데도 계속 딴소리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90)은 “우리들의 한(恨)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말한다. 소녀상 철거는 일본이 정식으로 용서를 구하며 명예를 회복시켜줄 때까지는 1000억을 줘도 할 수 없다고 강경하다.
“돈 몇 푼으로 역사적 진실을 덮으려는 일본과 박근혜 정부의 추악한 협잡 행위를 규탄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듣고 행동해야 한다. 열린 귀를 가진 것도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