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1차 산업  ‘김영란법 직격탄’

2016-09-01     제주매일

“예년 추석(秋夕) 대목 같으면 한 업체당 400만~500만원씩 물량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품질 감귤 생산 등 당국의 주문에 충실히 따랐다고 한다. 하지만 상품가치가 커지다보니 가격을 맞출 수 없어 낭패라고 털어놨다. 예컨대 황금향(만감류)의 경우 최근 5㎏ 상자당 5만5000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 택배비나 박스 등 기타 비용을 더하면 ‘김영란법’의 선물 허용 상한선인 5만원에 맞추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후폭풍(後暴風)’이 추석을 앞둔 농수축산물 등 1차 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이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1차 산업 종사자에게 돌아오는 꼴이다.

이 같은 어려움은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B씨도 마찬가지다. 지금쯤이면 추석 대목 매출의 50% 정도는 올라와야 하는데 예약이 거의 없다며 한 숨만 내쉰다.

저간의 사정도 설명했다. “갈치 선물용(10㎏)인 경우 30만~40만원에 이르는데 법대로라면 1㎏만 담아야 한다. 수입산 옥돔도 ㎏당 3만5000원 정도로 달랑 3~4마리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상품 자체를 구성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한우(韓牛)는 명절을 목전에 두고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법을 본격 시행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차 산품(産品)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대형유통매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부터 2만~3만원대의 상품을 구성 판매하는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춰 발빠른 움직임을 취해 온 탓이다.

그렇다면 도내 1차 산업 종사자들도 한 숨만 내쉴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물론 고위공직자 등의 부패 방지를 위해 만든 ‘법’ 때문에 엉뚱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의 고충(苦衷)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김영란법’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 ‘부정부패 척결(剔抉)’이란 시대적 소명 또한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