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없어졌네” 시민들 불편 호소
제주시 중앙사거리 임시 횡단보도 철거 1일째
중앙로 횡단보도 철거 첫 날부터 ‘불만’ 폭주
보행약자 80계단 지하상가 오르내리기 고역
“왜 횡단보도를 없앴지?”
1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시 원도심 중앙사거리. 지난달까지 임시 횡단보도가 있었던 곳을 지나던 고모(31‧여)씨가 지하상가 안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인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다는 고씨는 “업무 때문에 반대편으로 건널 일이 많은데 당장 횡단보도가 없으니깐 불편하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에 일하는 김모(32‧여)씨도 “젊은 사람도 길을 건너려 지하상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힘들다”고 했다.
이날은 지난 6월 시작된 중앙지하도상가 보수 공사로 제주시청 방면 구간에 임시로 설치한 횡단보도가 철거된 지 하루째 되는 날이었다. 수년간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시민 편의를 위해 이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민원이 제기된 곳이었기에 철거 첫날부터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인근 동문시장에 물건을 사러 왔다는 홍모(75) 할머니는 “횡단보도가 없어서 다리 아프게 한참 돌아서 건너왔다”고 토로했다. 지상에서 길을 건너려면 180m 떨어진 횡단보도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실제로 이날 기자가 직접 고모(65) 할머니와 ‘지하상가’를 통해서 길을 건너본 결과 8분여의 시간이 걸렸다. 총 80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관절이 약한 노인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고 할머니는 “다리가 아파서 평상시엔 멀리 돌아서 건너지만, 오늘처럼 무더운 날에는 지하상가를 통해서 걸어간다”며 “다리가 아파서 지하상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구간에 횡단보도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주시는 영업 이익 감소 우려로 반발하는 지하상가 상인들 때문에 설치를 미루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횡단보도 설치로 시민들과 지하상가 상인 간 갈등이 심하다”며 “장기적으로 원도심 활성화 사업과 연계해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횡단보도 설치가 기약 없이 미뤄진 것이다.
인근에서 29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박일성(59)씨는 “노인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먼 길을 돌아오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자주 봤다”며 “중앙사거리 네 구역 중 한 군데에 횡단보도를 설치한다고 지하상가 상인들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 만큼 보행약자를 위해서 횡단보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