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를 살리는 지역어 보전

2016-08-31     오영훈

표준어 영향력 커져 지역어 위축

각종 지원 방안 법제화 노력 최선

지역어(방언)는 어떤 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로 음운·어휘·문법 등의 언어체계를 갖춘 말을 뜻한다. 지역어는 그 지역의 전통, 언어문화화 지역민들의 정서, 유대감을 간직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어는 표준어의 재원이고, 과거의 말이나 역사·문화·민족 정서를 조명할 수 있다.

하지만 표준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역어 보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국회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법 제정을 위한 시도도 있었으나 번번히 좌절됐다. 아직도 남아있는 중앙집권적 사고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행히 제주지역인 경우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와 ‘각급 학교 제주어 활성화 방안 조례’가 제정되어 민·관이 제주어를 보전하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어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며칠 전 국회에서 국립국어원과 공동으로 ‘지역어 보전 정책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역어 전문가들은 “지역어가 모여 한국어를 만들고 이룬다”며 “지역어를 배제한 표준어는 상상할 수 없다”고 지역어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상규 경북대 국문과 교수(전 국립국어원 교수)는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을 방문해서 인문사회분야의 젊은 인력 2500여명이 동아시아 언어문화·민속·역사에 대한 학제적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방언연구원을 설립하여 젊은 학문 후속세대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또 우리나라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국제 교류의 교두보를 만드는 영역까지 미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태영 전북대 교수는 “더 늦기 전에 전국 방언 제작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국 지역어 보전과 발전위원회’를 두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용역사업을 수행하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국어기본법 제4조 제1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지역어 보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무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 정도로는 지역어를 보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마침,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역어의 보전과 육성 등을 위해 각 지역의 지역어 전문가들이 각종 사업 추진에 적극 나서며, 이른 시일 내에 이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지역어 보전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실제 프랑스인 경우 지역어 교육을 승인하는 ‘덱손(Deixonne)법(1951)’, 교육과정에 지역어를 포함시키는 ‘사바리(Savary) 훈령(1982)’, 프랑스어와 대등한 지위를 지역어에 부여하는 ‘바이루(Bayrou) 훈령(1991)’ 등이 있다고 조사됐다.

미국은 인디언어 보존을 위한 ‘Native American Languages Act(1990)’ 등이 입법됐다. 중국인 경우 소수민족의 언어문자 사용·방언사용 등에 대해 규정한 ‘국가통용언어문자법(2001)’과 ‘민족지역자치법(1984년 제정, 2001년 개정)’ 등이 시행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로 등록했다.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언어 가운데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한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대책은 미흡해 보인다.

도시·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지역어’가 아닌 ‘서울말’로 채워지는 대중 매체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면서 지역어는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지역어가 소멸위기인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지역어에 대한 보전과 지원방안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제20대 국회에서는 입법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