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상 상처없는 경미한 교통사고 현장 떠나도 뺑소니 안돼"

2005-08-08     김상현 기자

상해 정도가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고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났더라도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한창 부장판사)는 최근, 교통사고를 낸 뒤 구호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 피고인(45)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피해자가 특별한 통증을 호소하거나 외관상 아무런 상처가 없던 점, 차체 충돌 흔적이 없어 사고가 매우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경위와 상처의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운전자가 사고 현장을 떠났다 하더라도 도주차량에 해당하지 않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피고인은 지난 2월 3일 자신의 승합차로 제주시 칼호텔에서 시민회관 방면으로 2차로를 운행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A어린이(6)를 뒤늦게 발견, 앞 범퍼로 충격했다.
그런데 부딪히는 순간을 보지 못한 A어린이의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박 피고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