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마저 제주업체 외면하나
제주에서 영업 중인 면세점업계가 ‘지역과의 상생(相生)’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면세물품의 통관절차 업무와 관련 일부 면세점이 제주업체를 배제한 채 육지부 관세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갑질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내에는 내국인 전용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면세점을 비롯해 제주관광공사(JTO) 면세점, 그리고 신라·롯데 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등 모두 5곳이 왕성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면세점의 매출은 제주관광 활황에 힘입어 2013년 8966억원에서 2014년 1조207억원, 2015년 1조1726억원으로 가파른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동안 도내 면세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역과의 상생을 부르짖어 왔다. 하지만 말만 번지르르할 뿐,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이중(二重)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의 경우를 보자. 이 면세점은 제주지역 관세사에게 맡겨오던 ‘통관 대행권’을 지난해 갑자기 인천시에 영업등록을 하고 활동 중인 관세사무소로 넘겨버렸다. 이로 인해 졸지에 일감을 뺏긴 제주토박이 관세사(關稅士)는 일하던 사무원들을 퇴직시키는 등 폐업 위기로 몰렸다.
롯데면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전국단위 다점포 운영 효율을 빌미 삼아 본사 물류팀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화갤러리아와 JTO 면세점은 줄곧 도내 관세업체를 이용하며 ‘지역과의 상생’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까지 제주지역 업체와 계약을 맺고 관련 업무를 추진해왔던 공기업인 JDC마저 계약이 만료되는 다음 달부터 전국 경쟁입찰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는 점이다.
JDC는 지난해 매출 급등(急騰)으로 고시금액이 2억원을 초과해 관련법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육지부 업체에 통관 대행권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제주에서의 영업 호황으로 매출이 오르면 그 혜택(惠澤) 또한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혜택은커녕 도민들은 앉아서 고스란히 피해만 감수해야 하는 꼴이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없다.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격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주자치도 등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벼랑 끝에 몰린 제주지역 관세사들은 어디로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