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필요한 元도정 문화정책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후반기 문화예술정책이 22일 발표됐다. ‘문화예술의 섬’을 가시화하기 위해 제주를 ‘동아지중해 문화예술의 섬’으로 브랜드화 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향후 중점 추진될 6대 문화예술 정책을 보면 △세계 섬문화축제 개최(부활)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 유치 또는 설립 △문화콘텐츠진흥원 출범 △문화(문화예술·문화재) 전문직렬 신설 △문화예술시설 융자 확대 및 창작활동 융자제도 도입 △제주어 병기(倂記) 의무화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세계섬문화축제 부활(復活)이다. 신구범 지사 시절 시작된 섬문화축제는 1998년과 2001년 두 번 개최 후 사라졌다. 창의적인 발상은 호평을 받았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난 것이다.
당시 제주발전연구원은 섬문화축제 실패(失敗) 요인으로 국제적 인지도 미확보와 사유지 축제장 운영으로 인한 예산 낭비, 관람객 유치전략 미흡 및 프로그램 운영 미숙 등을 꼽았다. 두 차례 축제에 들인 돈만 무려 213억원에 달했다.
제주도는 세계섬문화축제 재추진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매머드급 국제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축제 부활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세부사항을 논의해 오는 2018년 다시 개최한다는 복안이다.
기 형성됐다는 여론의 ‘정체’를 알 수도 없거니와, 세계 섬들을 대상으로 한 축제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리고 해외여행 활성화로 이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축제 장소 등 난제(難題)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설혹 축제를 부활한다 하더라도 ‘한바탕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원 도정의 후반기 문화예술정책을 보면 세계섬문화축제 말고도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많다.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 유치 또는 설립만 해도 그렇다. 함덕고(음악과)와 애월고(미술과)에 추진하는 도교육청의 예술중점 학교마저 큰 진통을 겪는 터에 융·복합형 예술종합학교는 그리 간단하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나머지 사안들도 마찬가지다.
원희룡 지사의 임기는 2018년 6월말 까지로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기에 임기 내 이 모든 것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 ‘선택(選擇)과 집중(集中)’ 전략이 필요하다.
혹여 민선 7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조급증은 버리고 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