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필요한 元도정 문화정책

2016-08-23     제주매일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후반기 문화예술정책이 22일 발표됐다. ‘문화예술의 섬’을 가시화하기 위해 제주를 ‘동아지중해 문화예술의 섬’으로 브랜드화 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향후 중점 추진될 6대 문화예술 정책을 보면 △세계 섬문화축제 개최(부활)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 유치 또는 설립 △문화콘텐츠진흥원 출범 △문화(문화예술·문화재) 전문직렬 신설 △문화예술시설 융자 확대 및 창작활동 융자제도 도입 △제주어 병기(倂記) 의무화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세계섬문화축제 부활(復活)이다. 신구범 지사 시절 시작된 섬문화축제는 1998년과 2001년 두 번 개최 후 사라졌다. 창의적인 발상은 호평을 받았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난 것이다.

당시 제주발전연구원은 섬문화축제 실패(失敗) 요인으로 국제적 인지도 미확보와 사유지 축제장 운영으로 인한 예산 낭비, 관람객 유치전략 미흡 및 프로그램 운영 미숙 등을 꼽았다. 두 차례 축제에 들인 돈만 무려 213억원에 달했다.

제주도는 세계섬문화축제 재추진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매머드급 국제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축제 부활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세부사항을 논의해 오는 2018년 다시 개최한다는 복안이다.

기 형성됐다는 여론의 ‘정체’를 알 수도 없거니와, 세계 섬들을 대상으로 한 축제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리고 해외여행 활성화로 이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축제 장소 등 난제(難題)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설혹 축제를 부활한다 하더라도  ‘한바탕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원 도정의 후반기 문화예술정책을 보면 세계섬문화축제 말고도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많다.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교육기관 유치 또는 설립만 해도 그렇다. 함덕고(음악과)와 애월고(미술과)에 추진하는 도교육청의 예술중점 학교마저 큰 진통을 겪는 터에 융·복합형 예술종합학교는 그리 간단하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나머지 사안들도 마찬가지다.

원희룡 지사의 임기는 2018년 6월말 까지로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기에 임기 내 이 모든 것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 ‘선택(選擇)과 집중(集中)’ 전략이 필요하다.

혹여 민선 7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조급증은 버리고 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