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력 한계 드러낸 제주경찰

2005-08-05     제주타임스

제주에서 발생한 강력 사건 범인들이 잇따라 다른 지방 경찰에 검거되고 있어 제주경찰의 체면이 말이 아닌 모양이다.
제주지방은 섬이어서 다른 지방을 잇는 공항과 항만만 철저히 봉쇄한다면 날고뛰는 범인이라도 쉽게 붙잡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범죄 용의자들이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른 지방으로 도주한 뒤 다른 지방 경찰에 의해 검거되고 있으니 제주경찰의 수사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서귀포시내와 제주시내 금은방 5곳을 연쇄적으로 털어 수천만 원 어치 귀금속을 훔친 20대 용의자의 경우 제주공항의 검문검색도 아랑곳없이 유유히 서울로 빠져나갔다가 대전 동부경찰서에 검거됐다.

제주경찰서는 뒤늦게 이 용의자의 고향으로 체포 조를 출동시켰지만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또 지난 3월에는 2003년 제주시내에서 2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30대 용의자 3명이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검거되기도 했다. 당시 제주경찰서는 수사력을 총동원했지만 이들은 사건 직후 제주를 무사히 빠져나가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제주경찰의 수사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공항과 항만의 검문검색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은방 연쇄 절도만 해도 용의자의 신원까지 파악하고도 코앞의 범인을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지름으로써 민생치안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는 범인조차 놓치는 판국이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렇지 않아도 경찰은 최근 수사권 독립 투쟁을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치경찰제 도입도 가시화 되는 등 국립경찰 사상 유례없는 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력이 무력증을 드러내고 있으니 오비이락(烏飛梨落)치고는 고약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