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제에 어색한 옷 ‘EDM’

젊은 세대 관심 유도 차원 21일 사전행사로 공연
“신나는 비트 좋지만 제주만의 특색 없어 아쉬움”

2016-08-21     오수진 기자

탐라문화제와 EDM(Electronic Dance Music)이 결국 만났다.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탐라문화제가 젊은 세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걸그룹 여자친구를 첫 등장 시킨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사전행사에 EDM과 힙합을 꺼내들었다. 행사 전부터 어떤 공연이 될 것인지 기대와 추측이 난무했던 만큼 제주예총이 바라던 대로 도민들에게 탐라문화제 행사가 한층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지난 20일 오후 6시 제주영상문화예술센터(옛 코리아극장) 앞 광장에서 제55회 탐라문화제 사전 행사 ‘오! 오! 탐나는 축제다’가 열렸다. 요즘 EDM은 젊은층에게 대세라고 한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낯선 모습이었던 것일까. 2시간여가 지날 때까지 행사장은 특유의 전자음악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시민들과, 몇몇 학생들만이 자리에서 몸을 흔드는 것이 전부였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짙게 깔리자 공연자들은 에너지를 내는 음악을 연신 내뿜었고, 주변을 지나던 관광객과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무대 앞에서 춤을 추는 10여 명의 젊은이들을 둘러싸 사진을 찍고 바라보며 새롭고 신선한 모습에 즐거워했다.

음악 소리에 우연히 행사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강미숙, 박미소(23·여)씨는 “탐라문화제는 잘 모른다”면서 “이건(EDM) 제주도에서 흔한 공연이 아니라서 신기하고 좋다”고 말했다.

또 관광객 김모씨(33·여)와 정모씨(31·여)는 “제주에서 신나는 비트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탐라문화제 사전 행사라는 것은 현수막을 보고 알았다. 탐라문화제가 암페어(AMFAIR·전자음악 축제) 같은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파격적인 시도는 신선했지만, 정작 신세대들은 평소 제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향유 문화에 대한 새로움이 즐거웠을 뿐 제주예총의 애초 취지처럼 탐라문화제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예총 부재호 회장은 이번 사전행사를 두고 “탐라문화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라며 “신세대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즐기고 참여하던 젊은 층들의 답변은 대부분 “탐라문화제 몰라요”였다. 인식을 바꾸기도 전에 ‘탐라문화제’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홍모씨(24·여)와 강모씨(29)는 “사물놀이와 같은 전통적인 것도 좋지만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이런 공연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EDM 공연에 대한 긍정적인 평을 주면서도 “전통문화 행사에서 공연자가 제주만의 특색이 있는 공연을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라동에 사는 송모씨(30·여)는 “이런 공연을 좋아하긴 하지만, 전통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는 잘못된 것 같다”며 “차라리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를 개발하거나 컬래버레이션 방법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장에서는 격의 없는 행사 참여를 위해 나눠주기로 돼 있던 가면도 어린이용으로 제작 돼 착용이 불가능 했고, 무엇보다 탐라문화제를 알리는 흔한 입간판도 마련돼 있지 않아 ‘제주 전통문화의 전승과 재현’이라는 정체성을 무색하게 했다.

‘변화는 있지만 변함이 없는’ 축제를 만들겠다던 제주예총. 본 행사에서도 EDM 공연을 염두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는데, 탐라문화제의 지향점이 단순히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誘引)’인지, 제주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승(傳承)’인지 신중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