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뭐든 인터넷으로”
‘약자’ 배려없는 행정 빈축

가전제품환급 복잡…노인·장애인 사실상 ‘포기’
도내 문화기관도 프로그램 신청 인터넷 ‘강요’

2016-08-17     문정임 기자

간단한 본인 인증에서부터 문화 프로그램 신청, 마트에서 할인혜택을 받는 일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많은 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일부 계층이 정보소외는 물론 현실적인 혜택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행정이 단순 편의를 위해 시민들의 접근 경로를 ‘인터넷’으로 한정짓는 경우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에어컨을 구입한 우모씨(외도동, 64)는 판매자로부터 해당 제품이 1등급 가전제품 환급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판매자는 자신이 환급사이트에 제품을 등록해주면 소비자인 우씨가 해당 사이트를 통해 나머지 신청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우씨는 컴퓨터를 켰다. 하지만 몇몇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오류 메시지가 떴고, 퇴근길 바쁜 자녀를 잠시 들르도록 한 뒤에야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있었다. 자녀를 보낸 우씨는 다시 혼자 나머지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거래명세서와, 모델명 등이 찍힌 명판사진을 스마트 폰으로 찍고 이 사진을 다시 컴퓨터로 보내야 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진행이 힘들었다. 결국 우씨는 자녀에게 나머지 절차를 부탁해야 했다.

우씨는 “이제야 젊은 사람들만 신청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며 “이 사회가 자꾸 노인들로 하여금 젊은이들에게 신세를 지게 만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동에 사는 김모씨(73)도 문화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마다 자식들에게 죄인이 된다. 그래봐야 접수는 되지도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김씨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매월 신청을 해보지만 인기 강좌는 접수 첫날 오전 9시가 되자마자 마감된다. 첫 신청 때는 당황했고, 두 번째 신청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한 뒤 개시 시간에 맞춰 바로 신청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딸과 ‘작전’도 짜봤지만 성공하지 못 했다.

김씨는 “지난 16일에도 9월 프로그램을 접수하려 했지만 안 됐다”며 “다른 접수 방식도 열어놔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마트에 가도 나는 포인트 카드만 내는데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적립도 하고 혜택도 잘 찾는다”며 “예전에는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한자며 농기구 쓰는 법이며 가르칠게 많았는데 지금은 온통 못하는 것 투성”이라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