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눈 가리고 아웅’ 빈축

제주청 대상 종합감사 결과 ‘지적사항’ 형식적 수준 공개 그쳐
항목별 세부사항 파악 불가능…법률상 공개 원칙에도 ‘위배’

2016-08-16     고상현 기자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제주 경찰에 대한 종합 감사 결과를 내놨지만, 내용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감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감사는 경찰청 감사담당관 등 13명이 참여해 지난 5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제주지방경찰청 소관 업무 전반에 대해서 이뤄졌다. 6월 8일부터 감사 결과 내용을 경찰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이 개괄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례로 38개의 주요 지적 사항 가운데 ‘가정폭력 신고사건 사후관리 소홀’이라는 제목의 항목은 ‘가정폭력 신고사건에 대해 전수 합심조사 미실시'라고만 나와 있어 제대로 사안에 대해 파악할 수가 없다.

다른 행정 기관에서 공개한 감사 결과와 비교해서도 부실하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지난달에 나온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개인하수처리시설 관리 소홀’ 항목에 대해 3쪽을 할애하며 자세히 설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행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상으로도 중앙행정기관 등의 감사 결과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와 성명,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 등을 빼고 원칙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감사원 관계자는 “자체 감사 결과라도 상세히 공개하는 게 일반적인데 경찰 자체에서 내밀한 문제에 대해 제 식구를 감싸려고 형식적으로 감사 결과를 공개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 경찰 관계자는 “감사 결과 공개는 본청 차원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지방청에서 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담당자 부재로 현재로선 감사 결과 공개 기준 등을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