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펑펑 ‘잘못된 누진제’ 가정 벌벌
가정은 전기료 폭탄 우려 ‘불볕더위’ 참는데
일부 매장 문 열고 에어컨 ‘펑펑’ 몰지각 영업
속보=연이은 불볕더위로 냉방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가 ‘개문냉방(開門冷房)’ 단속과 함께 한시적인 가정용 전기료 경감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제주 시내 일부 상인들이 전기료를 의식하지 않고 버젓이 개문냉방 영업(본지 7월 22일자 4면 보도)을 하고 있고, 가정용 전기료 경감 수준도 낮아 가마솥더위에 시민들만 큰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제주 등 각 행정에 ‘에너지 사용제한 조처 공고’를 내려 개문냉방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오는 26일까지 제주 시내 상점들을 중심으로 개문냉방 영업 단속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14일과 휴일인 15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매장 매니저 김모(37‧여)씨는 “손님이 많다는 걸 보여주려면 가게 문을 열어 놓을 수밖에 없다”며 “과태료를 물게 되면 출입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정의 단속에도 일부 가게들이 여전히 개문냉방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기료 감면 대책’에 시민들은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전기료 경감 폭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놓은 ‘주택용 누진제 요금 경감 방안’에 따르면 7~9월 전기료 산정 기준인 6단계의 각 상한을 50kWh씩 높이게 된다. 이에 따라 총 2200만 가구에서 4200억원가량의 전기료가 감면돼 가정에서는 한 달 평균 6천원가량밖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올해 상반기 한국전력이 6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난 점을 고려하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제주시 오라동에 사는 주부 강모(38‧여)씨는 “집에 갓난아이가 있어서 에어컨을 계속 틀어야 하는데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잘 못 켠다”며 “시내 가게들은 에어컨을 전기료 상관없이 펑펑 트는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취업 준비생 김지희(27‧여)씨도 “집에서 에어컨 틀면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카페 대부분이 실내온도가 너무 낮아 추워서 겉옷을 꼭 챙겨간다”며 “왜 누진제를 가정에만 적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